"파트타임도 '양질의 일자리'로...패러다임 전환 필요"

"파트타임도 '양질의 일자리'로...패러다임 전환 필요"

대담= 김준형 경제부장 기자, 정리= 정진우 이현수, 사진= 구혜정
2013.05.02 06:15

[인터뷰]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정년 60세 연장, 세대간 갈등 아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사진= 구혜정 기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사진= 구혜정 기자

지난 2월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처음 장관으로 내정됐을 때, 고용부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가 혼재했다. 경직된 공무원 사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줄 것이란 기대와, 연구원 출신 장관이 조직을 제대로 장악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었다.

2개월이 흐르는 동안 방 장관은 고용·복지 전문가답게 방대한 현안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그같은 걱정이 기우(杞憂)였음을 증명해가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이끌어냈고 지금은 이달 말 내놓을 '고용률 70% 로드맵'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 꿈속에서도 '70'이란 숫자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얼마 전엔 수습을 떼고 정식으로 고용부 식구가 된 신임 사무관들을 축하하는 저녁자리를 가졌다. 좋은 배필을 만나 빨리 결혼하라는 의미로 '결혼주'를 따라 주며 소통의 폭을 넓혔다.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선 내부 직원들부터 보람을 느끼고 신바람 나게 일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방장관은 직원들과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함께 호흡하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방 장관은 인터뷰 내내 자신은 힘이 없다고 몸을 낮췄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소리 없이 강하게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요란한 파워는 없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견고하게 가져가겠다"는 그의 다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다.

방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패러다임 전환'아란 말을 10여차례나 강조했다. 양질의 일자리 개념부터 고용 시스템 패러다임까지 모든 걸 새롭게 접근하자고 했다.

'발로 뛰는 장관'의 면모를 각인시켜가고 있는 방장관은 근로자의 날인 1일에도 아침 일찍부터 한국노총이 주최한 '근로자의 날' 마라톤대회를 찾아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직접 만났다.

"목청 높여 그들을 응원했습니다. 선진경제로 도약하는, 제2의 한강 기적 만들어보겠다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근로자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또 일자리가 많아지도록 뛸테니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사진= 구혜정 기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사진= 구혜정 기자

- 박근혜 정부의 정책목표인 '고용률 70%'가 좋은 목표긴 한데 현실성이 있나

▶지금의 시스템으로 가다간 '모두 죽는다'는 위기에서 이 목표가 나왔다. '70%'는 강 건너에 있는 목표다. '위험하니까 건너지 말라, 건널 수 있겠느냐' 하는데 반드시 건너야 한다. 고용부는 강을 건너기 위한 다리를 놓고 있는 것이다. 노사정대표자 회의를 가동하고 합의안을 내려고 하는 것도 다리 놓는 작업이다.

'노사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최대한 협조해서 답안을 찾아보도록 하자, 정부는 노사관계 법제도를 과감하게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 노사정 합의안 시한을 5월말까지 한 달로 못 박은 이유는

▶그동안 사전적인 교감들이 있었다. 형식적인 노사정 타협이나 대화보다 긴장감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해보자는 취지다. 실제로 효율적인 논의가 진행중이다. 큰 틀에서 노사정 대표들이 합의하고, 후속적으로 추가 논의라든지 필요한 부분은 계속 협의해야 한다. 고용률 70% 로드맵에 담길 중요한 내용중의 하나도 노사 협업이다. IC03

- 60세 정년 연장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청년과 기성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깊어질수도 있는데.

▶ 이론상으로는 (청년과 고령층의 이해가)상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론만 가지고 세대간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된다. 과거 10년 동안 근로자들이 50대 초반에 일찌감치 명예 퇴직했지만, 그렇다고 청년고용이 늘지 않았다. 정년연장이 청년층 취업과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론상의 이야기일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고용확대를 위한 정책들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 창조경제라든지 중소기업 대기업 간의 상생은 기업 옥죄기가 아니다. 하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일정부분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기업들이 국민경제의 중요한 축으로서,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한 만들어 유지해야한다는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좀 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 않나.

▶ '양질의 일자리' 개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 우리는 너무 경직돼 있다. 정규직과 풀타임, 고임금을 양질의 일자리라고 하는데, 세상에 어느 나라가 그런 일자리들로 고용률 70% 를 유지할 수 있나.

취업수요도 제각각이다. '파트타임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대신 정규직과 같은 지원을 해야 한다.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그런 파트타임 일자리들을 만들었으면 한다.

-공공부문의 효율성 못지 않게, 공공부문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을 담당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 우리 경제 사회 시스템이 선진국형으로 가는 과정에 있는데, 제일 떨어지는 쪽이 공공서비스 부문이다. 이 부문 취업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_국가 평균의 1/3 정도에 불과하다. 이 부문 일자리는 국민 서비스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새정부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현장에서 챙기는 행정을 하겠다'고 한만큼, 공공서비스 부문도 내년엔 늘지 않을까 기대한다.

- 기회 있을때마다 이른바 '스펙' 없는 고용시스템을 강조해 왔는데, 어떤 실천 복안을 갖고 있나.

▶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지금과 같은 교육, 스펙쌓기, 대기업 줄서기에 매몰돼 있는 것을 언제까지 국가가 방관해야 하나. 능력중심사회, 열린 고용시스템으로 바꾸려고 한다.

특성화고에서 산업현장 중심의 교육을 받고, 졸업 후 먼저 일을 하면서 전문지식과 기술 등이 필요하면 나중에 학교를 가는 '선취업 후진학' 시스템이다. 고용부 산하 한국폴리텍대학 같은 곳과 산학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용문제에 정책이 집중되다보니, 노동현장의 현안들에 대해선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데.

▶ 쌍용자동차나 현대자동차 등 노동현장 갈등의 본질은 고용안정이다. 경기침체나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리해고 문제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방법은 결국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고용안정 정책들을 펴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차별시정을 해나가고 있다. 큰 틀 속에서 고용의 구조적 체질을 강화하고 고용의 내용을 양질화하는 것이 장기적이고 근본적 대안이라고 본다.

-기업들의 부당노동 행위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낡은 것들과의 단절 없이는 절대로 새로운 것들을 창조할 수 없다'고 했다. 이마트 사례같은 경우도 사실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왔던 거다. 잘못인데 관행이라 여기고 계속 가면 발전할 수 없다.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차별은 고쳐야 한다. 관행이라 하더라도 낡은 것들은 반드시 끊고 가야한다.

-고용부가 부당노동행위 조사를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소환할 계획도 있나

▶ 국가에는 법이 있고 지켜야할 원칙이 있다. 누구든지 간에 부를 필요가 있으면 부르는 거지 정치적인 고려는 없다. 낮은 사람 높은 사람에 상관 없이 원칙대로 할거다. 하지만 누구를 부르더라도 자신이 있으면 부르라고 지시했다. 시류에 편승해 '오버'하면 정부가 겁주는 것밖에 안된다. 적법한 절차에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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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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