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 '숙제' 미루기만 하다간...

[기자수첩]정부 '숙제' 미루기만 하다간...

세종=우경희 기자
2013.07.09 16:11

"인사권 반환에 소극적인 공운위원들은 정부가 적극 설득했습니다. 후보자 배수를 줄이는 것보다 부처에 힘을 실어주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이 발표된 8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정책의 핵심으로 인사권 반납을 꼽았다. 정부는 이번 안을 통해 기재부 장관이 갖고 있던 공기업 비상임이사(사외이사) 임명권을 주무부처 장관에 이양키로 했다.

임명권 반환의 의미는 상당하다. 이제 감사를 제외한 모든 임원(기관장 포함)의 인사권을 주무부처 장관이나 해당 기관장이 갖게 됐다. 주무부처가 인사권을 가짐에 따라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지배력이 커진다. 국정과제 이행에 있어 쉽게 힘을 모을 수 있을 거란 기대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공모제를 어떻게 손질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었다.

공모제는 '낙하산인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루트로 여겨진다. 이를 손보지 않고는 정부의 낙하산인사 청산 의지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공기관장이 인사권을 쥐고도 여전히 윗선의 눈치만 볼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비큐대책'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은 서비스산업 활성화방안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실망감이 크다. 공원 내 바비큐 시설 설치나 야구장 신규투자 문제 등 눈길이 가는 '소프트한' 대책은 담았지만 정작 뜨거운 감자로 지적되는 사안들은 피해갔다.

사회적으로 갈등이 첨예한 의료·교육·법률 등 '3종 세트'가 모두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정책부재 논란이 일자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은 8일 "사회갈등과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2차 대책에 포함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기다리는 국민들 사이에서는 "바비큐가 교육 의료보다 중요하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 정책이 매번 모든 요구를 담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정책으로 번번이 변죽만 울려서는 곤란하다. 정부 출범 초기에 숙제를 미루다가는 나중에 일에 파묻히기 십상이다. 정부의 추진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떨어진다. '어~'하다가 기수를 올리기에 너무 늦어지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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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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