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하루 6명 죽는 '화약고 대한민국'

[기자수첩]하루 6명 죽는 '화약고 대한민국'

정진우 기자
2013.08.05 05:17

"1300명 규모의 조직이 전국 수 만개의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는데, 저부터 몸이 10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정신이 없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사고는 발생하고…".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경기도 과천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산업 현장 안전을 위해 예방활동을 하고 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전문기관의 수장이 국내 기업들의 안전관리 태도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 각 산업단지를 비롯해 각종 현장을 본인과 직원들이 직접 챙기고 있지만 기업들의 안이한 태도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를테면 위험물을 취급하는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들에 대한 사전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 안전 대비책이 있어야 하는데 기업들이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거다.

백 이사장 말대로 우리나라는 하루가 멀다하고 건물붕괴, 폭발사고, 화학사고 등 다양한 산재 사고가 터진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나 다름없다. 실제 불과 2주 사이 서울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울산 남구 여천동 물탱크 파열사고, 경기도 화성 폭발 사고, 서울 방화대교 상판붕괴 등 대형사고가 발생해 근로자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에선 9만2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산재를 당했다. 이중 2100여명이 사망했다. 희망과 꿈을 일궈야 할 일터에서 매일 250여명이 다치고 6명이 생명을 잃는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연간 18조원이 넘는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체 CEO들을 모아놓고 "안전사고 발생시 대기업을 비롯해 원청에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등 법과 제도로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했다. CEO들은 그때마다 "안전한 일터"를 다짐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현장에선 여전히 근로자들이 안전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안전사고는 결국 기업의 안이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인데 지금도 변한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산업재해는 기업들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일종의 전염병이다. 세계 15위(GDP 기준)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안전 문화'가 정착돼 이런 전염병이 빨리 사라져야한다. 백 이사장이 기자들을 만나 "안전보건공단이 할 일이 없어져 인력을 줄인다"는 하소연을 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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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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