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男 10명 중 4명 "난 초식남, 연애·결혼 여유없어"

미혼男 10명 중 4명 "난 초식남, 연애·결혼 여유없어"

신희은 기자
2013.08.21 12:30

초식남·육식녀 등장에 결혼관도 변화...배우자 희망연봉 女3700, 男2600

우리나라 미혼남성 10명 중 4명이 자신을 '초식남'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부장적인 전통적 남성상과 달리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며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 결혼에 부정적인 남성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신혼집 마련', '육아' 문제로 결혼을 망설이는 미혼남녀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독신의 삶'을 중시하는 초식남마저 증가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늘릴 수 있는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1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결혼관 혼란을 가중시키는 초식남과 육식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스스로를 초식남 성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혼남성은 43.1%로 일본(71.5%)보다는 낮지만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 초식남화 되는 이유는 일과 업무에 치이고(40.1%)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16.8%)라는 응답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초식남과 달리 적극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육식녀의 비중은 높아졌다. 스스로 육식녀 성향을 갖고 있다는 미혼여성은 33.8%로 일본 37.7%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식녀화되는 이유로는 사회적 분위기(59.5%)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34.2%)이 꼽혔다.

보고서는 초식남과 육식녀가 늘면서 미혼남녀들의 결혼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혼남성의 경우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와 '하는 편이 좋다'는 응답 비율이 2009년 69.8%에서 지난해 67.5%로 감소했다. 미혼여성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비율이 2009년 31.8%에서 지난해 37.2%로 증가했다.

결혼관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초식남 성향의 남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결혼상대를 선택할 때 성격(38.5%)보다는 직업 및 연봉(40.6%)을 우선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육식녀들도 결혼상대자의 직업 및 연봉을 50.3% 비중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반 여성에 비해 43.6% 정도만 직업과 연봉을 고려한다고 답변했다.

결혼을 꺼리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남성은 신혼집 장만, 여성은 육아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초식남의 경우 결혼자금(63.9%)에 대한 중요도가 일반 남성(71.1%)보다 낮았고 자유로운 독신의 삶을 즐기기 위해 결혼을 망설인다는 응답(15.5%)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육아문제(5.2%)를 이유로 드는 비중도 높았다.

육식녀는 결혼자금 문제에 있어서 일반여성(18.1%)보다 더 높은 25.3%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시댁갈등 문제에는 일반여성보다 덜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준비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혼집 구입비용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반반씩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이 46.2%로 가장 높았지만 대체로 남자가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인식했다.

결혼비용을 부모에게 절반 이상 의존하겠다는 생각은 남성이 38.8%, 여성이 25.2%로 남성이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집 장만 부담이 크기 때문에 남성들이 어쩔 수 없이 부모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초식남의 경우 일반 남성보다 신혼집을 남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에서 많이 탈피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결혼조건은 남녀 모두 최소한 20평형대 아파트 전세는 돼야 한다는 인식이 많았다. 최소한 전세는 돼야 한다는 응답이 여성은 73.5%, 남성은 66.2%에 달했다. 자가여야 한다는 응답도 여성은 16.7%, 남성은 16.9%에 이른다. 월세면 충분하다는 의견은 여성 9.8%, 남성 16.9%에 그쳤다.

결혼비용 마련기간은 평균 5년으로 꼽았고 맞벌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맞벌이를 선호하는 남성이 83.1%에 달했고 여성도 89.7%로 높았다. 배우자의 학력은 '나와 비슷해야 한다'는 응답이 여성 57.7%, 남성 36.6%다. 나이는 '상관없다'는 의견이 여성 56.0%, 남성 71.1%였다.

배우자의 연봉 수준으로는 여성은 최소 3700만원을 버는 남성을, 남성은 최소 2600만원을 버는 여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격차가 뚜렷했다. 현재 중소기업 대졸초임이 1600만~2400만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여성이 결혼 상대방에서 높은 수준의 연봉을 원하는 경향이 짙은 셈이다.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결혼에 문제가 되는 초식남의 경우 자연발생적이라기 보다 경제문제 등 주변환경에 의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과도한 업무로 연애할 여력조차 없다는 이유가 커 대체휴일제 도입과 같이 범정부 차원에서 휴식을 통한 충전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 연구위원은 또 "결혼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신혼집 마련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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