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주차장 추락사고

해마다 반복되는 주차장 추락사고

장시복 기자
2014.05.27 06:22

["잊지 말자 4·16" - '안전이 복지다' <1부>'안전은 투자다'>]<4-2>불안한 고층 주차장

- 2011년까지 7년동안 13건 발생·5명 사망

- 내구성 약한 패널 사용…사고 위험 키워

- 외벽 안전기준도 없어 관련법 개정 시급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옥외주차장. 외벽이 외부에 바로 노출돼 있다. 그러나 현재 건축법상 주차장 외벽에 대한 별도 허가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옥외주차장. 외벽이 외부에 바로 노출돼 있다. 그러나 현재 건축법상 주차장 외벽에 대한 별도 허가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2008년 6월 경기 분당신도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해외토픽에나 나올 법한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4층 주차장에서 승용차가 외벽을 뚫고 150m 아래로 떨어져 운전자부부가 숨진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 외벽에는 지름 2.5m 정도의 구멍이 뚫렸다.

당시 해당 업체 측은 "1996년 공사 당시 법규정에 따랐고 10년 넘게 문제가 없었다"며 운전미숙이나 부주의 등이 사고원인이라고 돌렸다. 하지만 유족 측은 1.5톤 무게의 승용차가 시속 22㎞(CCTV로 화면상으로 추산)로 운행하면서 발생한 사고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지상주차장의 허술한 안전시설이 사고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유족들은 "콘크리트턱과 추락방지용 철제안전봉이 부서지면서 주차장 벽체까지 뚫린 것은 안전시설이 부실했다는 반증 아니냐"고 따졌다. 외벽 두께가 7㎝였는데, 이 벽의 소재가 더 강하고 두꺼웠다면 불행한 결과를 막았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 대형마트는 관련 주차장법에 따른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지만 유족 측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는 법원이 "대형마트 측이 고객안전에 소홀한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 손해배상을 해야 했다.

사건 발생 불과 4개월 전 주차장 관련법은 2층 이상 건축물 주차장의 경우 △2톤 차량이 시속 20㎞의 주행속도로 정면충돌하는 경우 견딜 수 있는 강도로 △추락방지를 위해 두께 20㎝ 이상 및 높이 60㎝ 이상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설치하는 등 개정안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사건 당시는 법 적용 이전인데다 추락방지 시설물 관련 기준일 뿐 주차장 외벽에 대한 기준까지는 없다.

이 사건 이후로 국민들의 '주차장 안전 불안감'이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다. 서울 당산동에 사는 주부 최모씨는 "운전자 스스로 주의해야 하는 게 우선이지만 사고는 예측하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마트 고층 주차장을 이용할 때면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례행사처럼 잊을 만하면 주차장 추락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국민들의 이같은 우려를 부추긴다. 2008년 분당 추락사고의 대책으로 2009년에도 추락방지시설물 규격을 한층 강화한 개정안이 나왔지만 여전히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011년 국정감사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그해 9월까지 전국 주차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는 확인돼 알려진 것만 13건으로, 5명이 사망했다.

사고유형별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각각 4건과 2건. 이후에도 주차장 추락 사고는 계속됐다. 단순 수치상 현재 400여개 되는 대형마트(3사) 총 점포수에 비하면 사고비율이 낮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많은 업종 특성상 파장은 크다.

근본원인은 결국 '비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상주차장은 건물 공사기간이 짧고 상대적으로 저비용이라는 이점 때문에 초창기 대형마트 등에서 일반적으로 이용된 형태"라며 "주차장은 지하주차장이 일반적이지만 재빠른 부지 확보와 매장 오픈이 요구되는 대형마트업계를 중심으로 지상주차장이 활성화됐다"고 전했다.

한 설계업체 관계자도 "건축물 허가시 전체 구조를 들여다볼 뿐 층별로 따로 들여다보지는 않는다"며 "때문에 저층 매장부와 고층 주차장의 외벽재료나 내구성에 차이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대형마트의 지상 외벽은 '베이스패널'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시멘트를 주원료로 만드는 경량의 조립식 패널이어서 충격에 약한 편이란 지적이다. 대신 철근콘크리트에 비해 공사도 쉽고 저렴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결국 안전은 투자'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기업에도 위험요소를 줄이고 이익이 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문제는 고층 지상주차장 안전 전반에 대한 관리를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부재'다.

주차장 관련 정책들은 주로 국토교통부 도시광역교통과에서 맡는다. 하지만 이 부서는 주차장 내 추락방지시설까지만 담당할 뿐 이중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외벽까지 맡지는 않는다. 외벽은 '주차장과 별개 건축물'이라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내 한 지자체 건축과장도 "건축법상 대형마트 등의 지상주차장 외벽에 대해선 별도 허가 기준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외벽까지를 넓은 의미의 주차장으로 보고 큰 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에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에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데 (건축 등) 유관부서와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