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들녘경영체, 농업의 미래"

20년 전인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가 세계 농산물시장 개방을 관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쌀 관세화를 2004년까지 늦췄다. 이후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는 대신 올해까지 10년간 쌀 관세화를 다시 한 번 연기했다. UR 이후 20년, 정부는 결국 쌀 관세화, 즉 시장개방을 결정했다.
더 이상 의무수입물량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고율관세를 통해 시장을 지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 입장과는 달리 농민단체와 야당측에서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고율관세만으로 시장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 관세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관세로 방어막을 치더라도 일단 쌀 시장이 개방되면 기존 FTA(자유무역협정)은 물론 새로 맺을 통상협약에 따라 얼마든지 시장의 문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년 쌀 시장 개방 작업과 국회·국민 설득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난주 서울 여의도에서 머니투데이가 만났다.
이 날도 그는 국회 상임위에서 쌀 관세화 문제를 설명하고 농촌을 중심으로 한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호소하고 나오는 참이었다. 재임 2기를 쌀 관세화라는 최대 난제와 함께 시작하게 된 그는 "관세화를 실시하더라도 관세장벽으로 외국산 쌀 수입을 막을 수 있다"며 "어떻게든 쌀 산업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전 정부가 돈 버는 농업에만 집중하느라 국민들과 소통하지 못했다"며 "이제 농업과 농촌의 본래의 가치, 즉 국민의 삶터 쉼터 일터로서 농촌의 가치를 살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70만 농가가 매달려 있는 쌀 생산 구조에 대한 구조조정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눈 앞의 과제인 쌀 관세화 뿐 아니라 그 너머를 바라보는 시선이 읽혔다.

-쌀 관세화 결정에 농업계 반발이 거세다.
▶수입 쌀에 300%만 관세를 붙인다고 가정해도 쌀이 우리나라 제품 가격의 4배인데, 가격을 감안할 때 들어올 수 없다. 품질도 우리 쌀이 좋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가급적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맞으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을 찾으려고 한다. 관세화는 20년 전에 한 약속이다. 미룬다 해도 실익이 없다. 뚫고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다만 국민들이 관세화를 할 경우 외국산 쌀이 마음대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하겠다. 쌀 목표가격(소득보전직불제)도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국내 시장 보호를 위해 관세율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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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 세계 무역기구(WTO)에 통보하면서 결정, 공개하겠다. 아직 관세율은 결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300~500%수준으로 집약된다. 적용가격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교섭 상대방이 있는 만큼 우리 주장만 내세우기는 어렵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되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UR 이후 쌀 산업에 57조원을 퍼부었는데, 쌀 시장 개방 대책보다 생산성이 약한 다른 기반에 과투자한 것 아닌지.
▶쌀을 제외한 다른 농업이나 축산, 원예 등은 이미 상당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양계는 3000농가, 양돈은 6000농가 정도가 전체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쌀은 여전히 70만명의 농민이 생산하고 있다. 전업농의 규모를 확대시켜야만 우리 농사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마을마다 들녘을 하나의 경영체 단위로 묶어서 전문경영체로 운영하는 '들녘경영체'가 주력이 돼야 한다. 품종과 재배방법을 통일하고, 거래처와 용도를 정해 공동육묘 방제작업을 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농가육성 기본 틀은 어떤 것인가.
▶국민공감농정위원회 등을 통해 농정의 골격과 비전 등 정립했다. 농가를 유형별로 분류하면 총 112만개인데, 법인과 회사를 합하면 150만개가 된다.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해 직불금과 면세유, 보조금 지급 등을 관리할 것이다.
농업주체 가운데 10~20% 정도는 억대 소득을 기록하고 있다. 30~40% 중간소득층 농가는 농업 외 소득, 즉 6차산업화가 돼 있다. 나머지 40~50%는 영세농인데,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하다. 농가 유형별로 육성 틀을 갖고 가야 한다.
-FTA로 인해 농가가 입게 되는 피해를 보전하는게 쉽지 않은 과제인데
▶FTA 피해보전에 대해서는 무역이득공유제 등이 논의되고 있다. FTA를 통해 이득을 보는 분야와 손해보는 분야가 있으니 일단 과세를 해서 이익을 공유하자는 내용인데 이익 자체를 특정하기가 어렵다. 국회 상임위는 통과됐는데 쉽진 않아 보인다.
-조류독감(AI)나 구제역 방역비용을 정부 100% 부담에서 지자체 20% 부담으로 바꿨는데.
▶의성의 경우 돼지 2000마리 중 700마리를 살처분했다. 나머지 농가는 괜찮았다.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이다. 고령에서도 40마리만 살처분했다. 나머지는 그대로 키운다. 백신만 접종하면 괜찮다는 의미다.
백신을 절반 가격에 공급(소규모 농가는 무료)했는데도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다. 접종 안 한 농가에서 발병하면 농가와 지자체도 일단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죄송한 얘기지만 책임을 묻지 않고 전액 국가가 보상한다면 '남의 일'이 된다.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중장기 계획은.
▶정부의 큰 브랜드 중 하나가 들녘별 사업이다. 농업을 발전시키는 한편 도시 사람들이 귀농귀촌을 많이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정책대상을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붐비는 도시에 머물게 아니라 전국토를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고향인 의성으로만 귀농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엔 남해안으로, 가을엔 설악산 인근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농촌 1가구 2주택 양도소득세 감면을 조정해 도시사람들이 농촌에 와서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
투기는 막되, 자투리 땅을 이용해 (별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입지를 넓혀주고 땅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할 문제지만 세금 등 문제에 대해 대체로 공감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