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개발, 길을 찾다-⑤][르포]석유공사 카자흐스탄 육상광구 개발현장을 가다

인천공항에서 10시간여를 날아가 도착한 카자흐스탄의 서쪽 끝 도시 악타우. '석유의 바다'로 불리는 카스피해로 뻗은 망기슐라크 반도에 위치한 이곳은 우라늄개발을 1961년 조성됐다.
우라늄 고갈과 함께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으나 카스피해에서 대형 유전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석유개발 거점 도시로 급성장, 지금은 카자흐스탄에서 소득 2위를 자랑한다.
악타우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350여㎞를 달렸다. 끝도 없이 지루하게 펼쳐진 황량한 사막. 사막의 모랫바람은 하늘마저 집어삼켜 시야는 온통 뿌옇게 흐려 있다.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간간이 자리를 튼 키 작은 잡목뿐이었다.
도로조차 없는 사막을 간간히 박혀있는 전봇대를 이정표를 삼아 5시간을 달리자 한국석유공사가 개발·운영하는 아리스탄 광구의 베이스캠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매서운 모랫바람 속에서 펄럭이는 태극기는 한국에서 9000㎞ 떨어진 이 '열사(熱沙)의 대지'가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라는 분명한 상징이었다.
아리스탄 광구는 석유공사가 2009년 카자흐스탄 숨베사를 인수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영토로 편입됐다. 지분 85%를 확보, 탐사단계부터 개발·생산까지 전 과정을 석유공사가 주도했다.

베이스캠프에서 다시 차를 타고 30분여를 달리자 높이 2m 정도의 우물(井)형 구조물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2~2.5㎞에 존재하는 원유를 뽑아 올리는 생산정이다. 가동 중인 생산정에 다가가자 메케한 석유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생산정에 모서리에 달린 시료채취용 밸브를 돌리자 지금 이 순간에도 원유가 생산되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커먼 원유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아리스탄 광구의 전체 면적은 50.78㎢으로 여의도 8배 규모다. 총 추정매장량은 5670만배럴에 달한다. 올해 상업생산을 시작해 현재 하루평균 4800배럴의 원유를 생산 중이다.
1배럴이 1.5리터 페트병 1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1.5리터 플라스틱병에 해당하는 원유를 하루에 하루에 48만개를 뽑아내고 있는 셈이다. 석유공사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려가 하루평균 생산량을 2만배럴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독자들의 PICK!
현장 안내를 맡은 김진정 아리스탄광구 개발총괄은 "올해 4월 29일 아리스탄 광구가 탐사단계를 마치고 생산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우선 내년부터 5년간 25개의 생산정을 새롭게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정에서 생산된 원유는 파이프를 통해 원유생산처리시설(CPF)로 보내져 물과 가스, 모래를 분리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공정을 마친 깨끗한 원유는 탱크에 저장됐다가 카자흐스탄 국영 카즈트랜스오일(KTO)을 통해 공급된다. 김 총괄은 "생산된 원유 중 약 80%는 수출하고, 15%는 내수판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 20톤가량 생산되는 가스도 별도로 판매해 부가수익을 올리고 있다.

아리스탄 광구에서 황량한 사막을 다시 1100㎞ 달려 석유공사가 운영 중인 또 다른 광구를 찾았다. 석유공사가 2010년 3월 인수한 카자흐스탄 알티우스사의 4개 상업생산 광구 가운데 104개 유정을 보유한 악자르 광구다.
이 광구는 알티우스가 보유한 최대 원유 생산광구로 전체면적이 16㎢에 달한다. 2001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해 현재 하루 7200배럴의 원유가 콸콸 쏟아지고 있다.
광구에 도착하자 높이가 20m에 달하는 시추설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드릴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지하 500~1000m에 위치한 원유가 솟아오를 통로를 만들고 있었다. 드릴 끝에 달린 시추관에서 물, 모래, 화학약품 혼합액을 고압으로 뿜어내 암석을 깨뜨리는 식이다. 악자르 광구에서는 올해 안에 모두 36공의 시추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추작업을 지켜본지 1시간께 지났을까 지층 뚫고 내려가던 드릴이 '쿵'소리와 함께 멈춰섰다. 탐사를 통해 계획했던 깊이까지 시추작업이 완료된 것이다. 내려갔던 시추관이 서서히 올라오자 감독관이 "물러서라"고 크게 소리쳤다. 곧이어 시추관이 모두 뽑히자 물과 모래가 섞인 원유가 '퍽' 소리와 함께 시커먼 원유가 뿜어져 나왔다.
김일태 생산운영팀장은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기자는 운이 무척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추에 성공해 원유가 쏟아지는 장면은 수 십 년을 자원기업에서 근무한 사람도 보기 힘든 장면"이라고 덧붙였다.

석유공사는 카자흐스탄에 4개의 생산광구(아이스탄·악자르·베즈볼렉·카라타이키즈)를 비롯 개발광구 2개(아다·쿨잔), 2개 탐사광구(잠빌·알림바이) 등 8개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일평균 생산량은 약 1만5000배럴. 우리나라의 일일 석유소비량이 230만배럴을 고려할 때 극히 미미한 규모지만 중요성은 전세계 23개국 54개 사업장 중에 가장 크다. 석유공사가 단독 운영사로써, 탐사부터 시추·개발·생산까지 모든 공정을 스스로 해낸 첫 광구이기 때문이다.
석유공사가 광구를 단독 운영하는 것은 1979년 공사 설립 이래 이곳이 처음이다.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기술이 온전히 석유공사의 자원개발 역량으로 흡수돼 아랍에미리트(UAE) 대형 광구개발 사업 등의 기반이 되고 있다.
경제적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석유공사 카자흐스탄법인은 지난해 본사에 7200만달러를 배당했다. 카자흐스탄법인이 규모는 작지만 '알짜' 자산이라는 의미다.
신석우 석유공사 카자흐스탄법인장은 "카자흐스탄은 공사가 탐사부터 시작해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무수한 시행착오를 커지며 성공한 첫 장소"라며 "중동에 이은 '제2의 기름밭'으로는 꼽히는 카자흐스탄에서 성공 경험은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