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배출 등 제도 불합리성 검토… 산업계 "일방적 할당결정, 12.7兆 추가부담"

내년 1월 도입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하기도 전에 규제개혁의 '단두대'에 오를 전망이다. 산업계의 지속적인 민원제기에 따라 정부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제3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안건에 배출권거래제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출권 할당 과정 등에서 환경부의 '불통' 행정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은 지난달 25일 산업계 및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배출권거래제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비공개 회의를 개최했다.
규제조정실은 이 자리에서 배출권거래제의 불합리성 여부를 집중 논의했다. 논의의 핵심은 이중규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간접배출'에 관한 것이었다. 간접배출은 공급받은 전력, 스팀 등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에도 배출량을 할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철강업종 등 전력사용이 많은 산업계는 '간접배출 할당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이중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가 배출권거래제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TS)에서도 간접배출은 이중규제로 규정해 규제하지 않고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간접배출 등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규제개혁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심도 있게 청취했다"며 "제기된 문제점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규제조정실 주관으로 열린 회의에서 '불합리한 규제가 아니라 꼭 필요한 규제'라는 사실을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했다.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배출권거래제는 시행 한 달을 앞둔 지금까지 산업계와 환경부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일 배출권 할당결정심의위원회를 열고 '할당대상업체별 배출권 할당량'을 심의·확정해 525개 업체에 통보했다.
석유화학 84개, 철강 40개, 발전·에너지 38개 등 산업계의 1차 계획기간 사전할당량의 총합은 약 15억9800만KAU(Korean Allowance Unit)다. KAU는 우리나라 고유의 영문 배출권 명칭으로 1KAU를 온실가스 배출량 단위로 환산하면 1톤CO2-eq(이산화탄소상당량톤)에 해당한다.
환경부의 할당량은 각 업체들이 요구한 총합 20억2100만톤과 비교하면 4억2300만톤 적은 수치다. 산업계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4억230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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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에 실패한다면 기업들은 배출권 시장가격의 3배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정부가 배출권 시장가격을 톤당 1만원으로 유지하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과징금은 톤당 3만원이다. 만약 4억2300만톤을 모두 감축에 실패한다면 산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과징금은 12조6900억원에 달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환경부의 배출권 할당이 우리 산업계의 경영환경을 악화시켜 국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배출권 할당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경부의 배출권 할당 과정이 당초 약속과 달리 환경부의 일방적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산업계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전면적인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할당결정심의위원회가 공동작업반의 업체별 할당량 결정안, 업계 의견, 관계부처 협의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체별 할당량을 확정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사전 할당량에 이의가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30일간 이의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체별 할당량 결정과정에서 투명하게 검토를 진행했다"면서도 "공동작업반 등의 검토를 거쳐 해당업체의 이의신청에 대한 검토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