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총리실 부패척결단 '이름값' 하고 있나

[광화문]총리실 부패척결단 '이름값' 하고 있나

세종=정혁수 기자
2014.12.03 05:30

유투브(Youtube)를 통해 지난 90년대 드라마를 오랫만에 접했다. 검색어는 '박정희'. 마우스를 클릭하니 관련 드라마 동영상이 꾸러미로 올라왔다. 정치드라마의 한 획을 그은 '제3공화국'. 당시 이 드라마는 40~50대 남성을 TV 앞에 끌어 모으며 요즘 '미생'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가까운 사람과 이야기할 때 '임자'라는 호칭을 주로 썼다고 알려져 있지만 드라마에선 매 장면마다 상대방을 '장군' '동지'라는 말로 부를 때가 많았다. 김재춘 중앙정보부장을 대신해 '쿠테타 동지'인 김형욱을 그 자리에 새로 임명할 때도 그랬다.

"김 장군, 중앙정보부장으로 나 좀 도와줘야 겠어. 사회 곳곳에 만연된 부정부패를 이번에 뿌리 뽑아 버리지 않으면 안돼"(박정희)

"네, 각하! 걱정하디 마시라요. 신명을 다 바치갔슴메다."(김형욱)

어느 정권에서건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은 강렬하다.

지난 7월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부정부패척결추진단'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약칭은 '부패척결단'. 세월호 이후 국가혁신 차원의 대대적인 공직개혁과 부정부패 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부패척결에 관한 정부 '컨트롤타워' 답게 기재부는 물론 법무부, 행자부, 권익위, 국세청, 경찰청 등 12개 기관이 참여했다.

정홍원 총리는 부패척결단을 '두뇌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패 요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아내 기획·관리하는 한편 이를 수사기관에 넘겨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특수통' 출신인 그는 국가 혁신과 부패 척결 문제 등을 직접 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욕을 보였다.

부패척결단은 지난 5개월간 범 정부차원의 부패척결 청사진인 '부정부패 척결 추진계획'을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확정하는가 하면 화력발전소 부품 납품 비리, 공공기관 국고보조금 편취 등 모두 6건(245개 기관·업체 및 관계자 753명)을 적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 올 연말까지 관계부처와 안전분야, 국가보조금·지원금, 공공기관 특혜성 취업·계약 등 3대 비리척결을 위한 활동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부패척결단의 활동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두뇌'라고 불리우는 '이름값'을 제대로 하고 있는 지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는다. 전체 인원이 30여명의 소수 정예라지만 방산비리와 같은 '거대 악(惡)'에는 한발 비켜선 채 기존에 반복돼 온 일상의 범죄들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속칭 '개털'만 족치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실제 '건보공단 및 입원환자 상대 식대가산금 편취 비리'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이미 내용을 파악해 정리한 상태에서 부패척결단이 그 성과를 재인용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루는 사안마다 수 백, 수 천여명의 비리 관련자를 적발했다고 하지만, 정작 그 죄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구속 의뢰한 숫자는 1~3명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시기, 감사원이나 검찰에서 방산비리, 4대강비리 등 굵직굵직한 결과물을 내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패척결단의 부진은 당연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검찰, 감사원, 권익위 등과 같은 국가기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총리실이 구태여 유사한 기능의 '또 다른'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총리실이 발족키로 한 '국가혁신 범국민위원회'는 위원장도 뽑지 못한 채 4개월째 '오리무중'이다.

부패척결단의 활동시한은 내년 7월까지다. 남아있는 기간 어떤 활동을, 어떤 결과를 도출하느냐에 따라 부패척결단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정 총리는 이집트, 모로코, 아제르바이잔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주 귀국했다. 연초 개각설이 나오고 있는 요즘, 정 총리와 부패척결단이 훗날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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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에서 농업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13년부터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를 출입하며 한국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이야기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농업분야에 천착해 오는 동안 '대통령표창'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것은 개인적으로 큰 기쁨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농업의 무한변신'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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