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헛다리 짚은 어린이집 대책

[기자수첩]또 헛다리 짚은 어린이집 대책

세종=정진우 기자
2015.01.21 05:38
정진우
정진우

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국보육진흥원에서 진행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최한 이날 행사엔 보육전문가와 학부모들이 참석했다. 2시간동안 열띤 토론과 정책 아이디어가 오갔다. 문 장관은 시종일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여러 정책들을 나열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볼때 새로운 건 별로 없었다. CCTV 의무설치 등 어디서 많이 '보고 듣던' 대책들이었다. 어린이집 폭행 사고가 발생할때마다 정부가 검토하겠다던 대책들이다. 그나마 국가고시처럼 시험을 통해 보육교사를 뽑겠다는 정도가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영·유아 부모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날 정부 대책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한 학부모는 "모든 어린이집에 CCTV설치 한다고 우리 아이들에게 행해지는 학대를 막을 수 있을까"라면서 정부 정책에 불신을 나타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보육교사를 국가고시를 통해 뽑으면 인성이 좋아질거란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가"라며 정부 정책이 또 엉뚱한 방향으로 간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이같은 탁상행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어린이집 대책은 그야말로 여론에 떠밀려 충분한 검토없이 나온 것이란 게 학부모들 생각이다. 실제 인천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이 발생했을때, 보육교사 자질을 지적하는 기자에게 복지부 관계자가 "보육교사 자격을 줄때 그 교사가 앞으로 폭행을 할 것인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냐"며 반문했을 정도니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문제는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데 있다. 일선 어린이집에선 보육교사 자질은 결국 처우개선에서 나온다고 지적한다. 복지부가 지난해 전국 4만여개 어린이집에 대한 보육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보육교사 1명이 최대 23명의 어린이를 돌보고, 하루 평균 9.5시간을 일하면서 월급은 고작 155만원을 받았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선 양질의 보육서비스가 절대 나올 수 없다. 형편없는 처우를 받는데 누가 열정을 다해 아이들을 돌보겠는가. 기자가 평소 알고 지내는 한 어린이집(민간) 원장은 "보육교사 월급을 주고나니 돈이 없어서 7개월동안 수입이 없었다"고 하소연 했다. 정부가 민간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기본 보육료(보육교사 임금 등)는 최근 5년간 동결돼, 어린이집 운영에 힘이 든다고 답답해 했다. 공공요금 등 물가는 계속 올랐지만, 지원금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 장관이 그렇게 강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보육교사 임금 등 어린이집 지원에 맞춰져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육교사들의 처우가 정말 좋아진다면, 국가고시를 보지 않아도 양질의 선생님들이 몰려들 것"이란 원장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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