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정부와 청와대가 부총리를 비롯,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수석들이 참여하는 '정책조정협의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료 개편 철회, 연말정산 파동 등 연초부터 이어진 일련 사태에 대해 "더 이상의 정책 혼선은 막아보겠다"며 내놓은 후속조치다. 여기에는 총리교체, 청와대 조직개편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반등할줄 모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위기의식도 담겼다.
소통을 강화해 정책 혼선을 줄이겠다는 의도는 좋다. 그러나 최근의 정책 혼선이 회의체가 부족해서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이미 총리가 주재하는 국가정책조정회의,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 사회부총리가 주재하는 사회관계장관회의,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고 관계부처 차관이 참석하는 현안점검조정회의, 고위 당·정·청회의 등 6개의 회의체가 존재한다. 지난해 말에는 총리-부총리 3인 협의회까지 만들었다.
있는 회의체만 잘 운영해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오히려 수많은 협의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권한 없이 청와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보니 오랫동안 준비해온 정책들도 혼선이 생긴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연말정산 파동의 경우 이미 2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온 정책인데 대통령이 성급히 사과부터 하는 바람에 정책의 의미와 진정성을 설명할 기회조차 없이 부랴부랴 수정에 들어갔다"고 한탄했다. 복지부는 건보료 개편안을 만들어 기자들에게 배포까지 해놓고도 청와대 눈치를 보며 차일피일 발표를 미루다 결국 "개편철회"를 선언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내각에서는 책임지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다. 정부와 청와대가 국정철학을 공유하되 실질적인 책임은 내각에 맡겨야 한다는 얘기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야 할 내각이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많은 회의체가 생겨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각 부처 장관들이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 범위를 망각한 채 청와대만 쳐다보는 양상이 반복된다면 제2, 제3의 '문고리 권력'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