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혈세 4억弗 투자 유전, '묻지마식 폭로'에 환수 위기

[단독]혈세 4억弗 투자 유전, '묻지마식 폭로'에 환수 위기

세종=유영호 기자
2015.03.16 06:40

"쿠르드정부 뇌물수수" 외교분쟁 비화…정부에 항의서한 "광권 회수도 검토"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가 한국석유공사가 확보한 광권(유전개발권)의 회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뇌물을 받았다는 정치권의 '묻지마식 폭로'로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당하면서 한국 측에 불이익을 줘야한다는 분위기가 KRG 내에 확산됐기 때문이다. 4억달러(약 4515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국책사업이 정치논리 탓에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KRG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에 공식 항의서한을 보냈다. KRG는 서한에서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제기한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우리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특히 비공식 채널을 통해 KRG 내부에서 석유공사의 광권 회수까지 포함한 다양한 불이익 조치에 대해서 검토 중이라는 분위기도 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KRG의 통보에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상이 정치권이다보니 특별한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KRG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석유공사가 쿠르드 바지안 광구 등의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하며 지불한 서명보너스다.

앞서 전 의원은 석유공사가 유전개발사업 참여의 대가로 KRG에 3140만달러의 서명보너스를 지급했는데 뇌물로 추정된다고 폭로했다. 석유공사가 아슈티 하우라미 KRG 천연자원부 장관이 지정한 영국 런던 HSBC에 돈을 입금했는데, 이 돈이 입금된 것만 확인될 뿐 KRG 측으로 들어간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 의원은 "KRG 계좌로 입금된 증거가 없다"며 "이 돈을 하우라미 장관 등 KRG 고위관료 뿐 아니라 국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과 나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KRG는 "서명보너스를 적법한 계약에 의해 지급받았다"고 강조하며 계약서 원본을 공개했다. 또 런던 HSBC 계좌와 관련 "하우라미 장관 개인 계좌가 아닌 천연자원부 계좌"라며 석유공사의 송금 금액 및 사용 내역에 대한 증명자료를 우리 정부 측에 보냈다.

KRG는 우리 정부의 대응과 별도로 전 의원을 대상으로 소송 등 법률적 조치에 착수할 예정이다. KRG는 수차례 전 의원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원개발업계는 KRG의 움직임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특유의 비(非)시스템적 거버넌스 구조와 우리 측에 일정 부분 귀책사유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최악의 경우 광권 회수가 현실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권이 회수된다면 국민 혈세 4억달러는 고스란히 날아가는 셈이다.

석유공사가 쿠르드 지역에서 진행 중인 유전개발사업은 모두 3개다. 하울러 광구(투자금 1억1935만달러)는 2억6000만배럴의 원유매장량을 확인해 상업생산에 돌입했고, 상가우사우스 광구(1억3066만달러)는 확인한 원유매장량에 대한 상업적 평가를 진행 중이다. 바지안 광구(1억4909만달러)는 원유가 발견되지 않아 사업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노영기 중앙대 명예교수는 "쿠르드 지역은 엑손모빌, 토탈, 셰브론 등 메이저를 포함한 40여개의 글로벌 석유회사가 탐사작업을 진행 중인 전 세계 몇 안 되는 탐사 요충지"라며 "확인되지 않은 '묻지마식 폭로' 등으로 외교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