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서 '미래먹거리'로… 날개 단 소재·부품산업

'천덕꾸러기'서 '미래먹거리'로… 날개 단 소재·부품산업

세종=이동우 기자
2016.06.1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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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무역흑자 1051억달러…대일 의존도 16.5%로 감소…"퍼스트 무버가 돼야"

국내 중소기업 세창스틸에서 개발한 '심리스 강관'이 생산되고 있다. / 사진=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국내 중소기업 세창스틸에서 개발한 '심리스 강관'이 생산되고 있다. / 사진=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스마트폰이 온도에 민감하다면 어떨까. 요즘처럼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는 전화가 잘 안 터지는 답답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스마트폰에는 온도의 영향 없이 주파수를 제어할 수 있는 온도보상형수정발진기(TCXO)가 들어 있다. 과거에는 핵심부품인 TCXO를 전량 일본에서 들여왔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2009년 국내 중견기업 파트론이 온도 변화에 강한 수정발진기 국산화에 성공하면서다. 파트론에서 생산되는 TCXO는 국내를 넘어 중국과의 교역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한 중소기업이 미국의 자동차 빅3 기업에 핵심부품을 공급한다. 이음새 없는 강철 파이프 ‘심리스 강관’ 국산화에 성공한 세창스틸이 그 주인공이다. 해당 파이프는 기존 심리스 강관에서 한발 더 나아가 95% 이상 높은 수율과 품질력을 인정받아 미국 진출이 가능했다. 세창스틸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전북 정읍에 공장을 확장이전하는 등 사세를 키워가는 추세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 소재·부품산업이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이뤄진 소재·부품분야에 대한 R&D(연구·개발) 지원이 바탕이 되면서다. ‘미래 먹거리’로서 국내 산업계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소재·부품분야 수출은 2646억달러를 기록했다. 15년 전인 2001년 620억달러와 비교해 4.3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소재·부품분야의 무역흑자는 1051억달러로 2014년 1079억달러에 이어 2년 연속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성과다.

 소재·부품분야는 기술력이 핵심이다. 때문에 산업 후발주자인 한국은 기술력에서 앞선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소재·부품분야의 대일 의존도는 2012년만 하더라도 전체의 4분의1에 가까운 23.0%에 달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극복하고자 정부는 최근 4년간 소재·부품분야 R&D에 1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관련기업을 육성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다양한 맞춤형 R&D사업을 개발해 기업들을 지원했다. 지난해 대일 의존도는 16.5%까지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대표적 사업으로 수요자연계형 개발사업을 들 수 있다. 수요기업과 소재·부품기업을 전략적으로 묶고 대학과 연구소가 합세해 R&D능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기 때문에 성과물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4년간 총 2600억원이 투입된 세계일류소재개발 사업을 통해서는 많은 중소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구축됐다. 사업에 참여하는 8개 기업의 매출은 2010년 32억원에서 올해 3월 2157억원까지 급증했다.

 매출이 늘어나니 고용도 증가했다. 2010년 350명에 불과하던 고용창출이 올해 3월까지 2214명으로 6.3배 늘어났다.

 단순히 중소기업의 역량만 제고된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일류 제품도 잇따라 나왔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한 신소재인 폴리케톤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소재·부품산업은 국내 산업을 이끌어갈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재·부품산업은 전통 제조업은 물론이고 IT(정보기술) 융합산업의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성시헌 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조립가공분야에서 신흥국에 비해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소재·부품분야의 무역흑자 증가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했다는 의미가 크다”며 “정부의 발 빠른 대응, 기업의 노력,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적극적인 지원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도 소재·부품분야에서 세계 최초, 세계 1등 제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며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변신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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