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원전, 경제성으로 수용성 극복할까

‘뜨거운 감자’ 원전, 경제성으로 수용성 극복할까

세종=유영호 기자, 이동우 기자
2017.07.11 04:05

[대한민국 에너지혁명, 길을 찾다-④]온실가스 대응 최적 대안이지만 여론 악화일로…“현실적 여건 고려해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현장. 왼쪽은 신고리 원전 3·4호기. / 사진=뉴스1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현장. 왼쪽은 신고리 원전 3·4호기. / 사진=뉴스1

‘탈(脫)원전’ 논란은 에너지 패러다임 중심이 환경성 및 안전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급격한 인식 변화는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뒷받침해 온 원자력발전의 위상마저 흔들고 있다.

‘뜨거운 감자’ 원전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명히 갈린다. 최대 장점인 경제성만 놓고 봐도 저렴하고 효율이 높다는 의견과 함께 사후 처리와 사회적 갈등·위험에 수반되는 비용을 포함해 가장 비싼 에너지라는 시각이 팽팽하게 맞선다.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가늠자 역할을 할 원전 정책이 주목되는 이유다.

◇저렴한 발전단가에 온실가스 대응도 최적=‘우라늄 1g(그램)이면 석탄 3t(톤)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말처럼 높은 발전효율은 원전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갖는 최대 장점이다. 저렴한 연료비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철강,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을 뒷받침했다.

지난해 기준 발전원별 연료비를 비교해 보면 원자력의 경우 1㎾h 당 5.72원이다. 유연탄(49.3원)과 액화천연가스(LNG, 83.28원)는 원자력과 비교해 각각 8배, 14배 가격이 비쌌다. 이 같은 경제성을 바탕으로 원전은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량(54만441GWh)의 30%인 16만1995GWh를 생산했다.

원자력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은 한 번 수입하면 2년 정도 사용이 가능하고 가공도 국내에서 자체 기술로 직접 이뤄진다. 수급 불안 등의 문제가 생겨도 국내 저장시설이 부족한 LNG 등과 달리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유리하다.

또 일반적 인식과 달리 원자력은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 에너지다. 연료를 직접 연소시키는 여타 화석발전과 달리 우라늄의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증기를 만들고,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원전이 1㎾h 당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10g으로 석탄(991g)과 천연가스(549g) 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형원전(APR1400) 등 기술 국산화는 기회 요인이다. 원전은 산업·경제적 부가가치가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국내 최초의 3세대 원전인 APR1400 1기는 2000cc급 자동차 25만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 효과다. 운영과 정비, 연료공급 등을 통해 앞으로 60년간 간접적인 경제적 이익은 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2015년 말 체결된 파리기후협약으로 많은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며 원전의 주가는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36기를 가동 중인 중국은 늘어나는 전력 수요와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110기의 원자로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역시 2025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하고, 이를 신규 원전을 세워 대처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인 미국의 마이클 셸렌버거는 이달 초 청와대로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만약 한국이 원전을 폐지한다면 전 세계 인류를 가난에서 구제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저렴하고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소중한 공급자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수용성 문제 ‘뇌관’, 후쿠시마 이후 탈원전 분위기 확대=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용성 문제는 원전의 ‘아킬레스건’이다. 1978년 미국의 TMI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등 비극적 중대사고는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었다. 철저한 안전 관리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다면?’과 같은 공포를 불식시키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측의 또 다른 근거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문제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폐기물 문제는 전 세계 어느 국가도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장 빠르다는 핀란드의 온칼로 조차 2023년부터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1986년부터 부지를 선정하려고 했지만, 안면도부터 굴업도와 부안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불거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킨 위협 요인이다. 원전과 불과 20㎞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활성단층에 따른 것으로 확인돼, 근본적인 안전 문제를 다시 짚어보게끔 했다. 2013년 발생한 원전 부품위조 사건으로 무너진 국민 신뢰가 채 아물지도 않은 시점에서 겹친 악재였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공론화 결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금까지의 분위기 대로라면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신규 원전 6기는 건설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10년 내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1기의 폐지도 예정된 순서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2060년에는 원전이 ‘제로’(0)가 되는 미래가 그려질 수도 있다.

◇현실적 여건 인정, 미래지향적 원전 정책 그려야=급격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우려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전력 생산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의 공백에 따른 전력수급의 문제와 함께 그간 일궈놓은 고부가가치 원전 산업이 몰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상황을 토대로 장기적 관점의 원전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원전은 쓰나미처럼 정말로 생각하지 못했던 유형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면서도 “우리나라는 자원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원전을 다 없애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역시 “원전을 줄이는 방향성 자체는 맞지만 30% 정도 비율의 현상유지는 필요하다”며 “일본도 원치 않던 탈핵을 했지만 석탄·액화천연가스(LNG)로 때우다 결국 원자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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