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 나눠먹기식 R&D론 '미래먹거리' 창출 불가능… 전문가 "4IR시대 R&D 핵심은 융복합" 통폐합 강조

정부가 연구관리전문기관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관리체계 효율화로 ‘미래먹거리 창출’이라는 국가 R&D(연구개발) 본연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다.
즉, 지금의 부처별 칸막이식, 나눠먹기식 R&D 구조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융복합 R&D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고민이 담겨 있는 것이다.
국가 R&D 사업은 일반적으로 행정기관이 기획·평가·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직접 관리와 연구관리전문기관에 해당 업무를 위임하는 위탁관리 2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지난해 기준 국가 R&D 예산의 57.6%를 차지하는 위탁관리 부분, 즉 연구관리전문기관의 효율성 제고다.
연구관리전문기관은 정부로부터 국가 R&D 사업의 기획·관리·평가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한다. 연구재단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산업기술진흥원,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 12개 부처 아래 17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연구관리전문기관 R&D 전문성 강화를 위해 도입됐다. 기술발전 속도가 빨라져 행정과 현장의 괴리감이 커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성을 강화한 맞춤형 R&D 조직의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하지만 각 부처에서 우후죽순처럼 연구관리전문기관을 만들면서 비효율이 심각해졌다.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도입 목적과 달리 오히려 과제 중복·행정부담 가중 등 역기능만 부각됐다.
여기에 연구관리전문기관들이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성공률이 높은 안정적 과제에 치중하면서 ‘혁신을 통한 미래먹거리 창출’이라는 R&D 본연의 기능이 약화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R&D는 기획 단계부터 융복합이 매우 중요하다”며 “현재 (관리체계로는) 부처 이기주의 등으로 R&D가 파편화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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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각 부처별로 다수의 연구관리전문기관이 칸막이 식으로 운영되면서 각종 비효율이 커져 왔다”며 “통폐합으로 국가 R&D 효율성을 높여 ‘혁신성장’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R&D 관리체계 개편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연구관리전문기관은 각 부처에 흩어져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만큼 통폐합 과정에서 의견 조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정부는 당초 지난 11일 기획재정부 주도로 발표한 ‘지출구조 혁신방안’에 구체적인 추진안을 공개하려고 했으나 관계부처 협의가 길어지면서 결국 넣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최종 조율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개편안 윤곽은 늦어도 오는 4월까지 어떤 식으로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빠르면 올해 4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해 재정정책의 큰 방향을 논의한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관련 제도개선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박상욱 숭실대 행정학 교수는 “2000년대 중후반 전문성 강화를 이유로 각 부처들이 연구관리전문기관을 늘리면서 기관별로 기획·집행·평가 체계 등이 서로 달라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고 연구자들 불편도 커진 측면이 있다”며 “부처별로 따로 둘 것이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사례를 참조해 일원화 또는 분야·단계별로 통합하는 것이 합리적 접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