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대법원 판결에도 작업공정·업무형태 미세조정하는 식으로 법망 피하기 시도

한국GM은 그동안 잇따른 민·형사 판결에도 법망을 피해나가며 불법파견을 이어왔다. 특히 창원공장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720여명의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를 동원해왔다. 지난달 인천지법의 '불법파견' 판결은 그동안 재판에서는 졌지만, 근로형태는 바꾸지 않았던 한국GM을 외통수에 몰아넣었다. 그동안 불법파견 판정을 피하기 위해 한국GM이 택했던 '원·하청간 작업공간 분리'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셈이다.
한국GM의 불법파견에 대한 법원 판결은 2013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대법원은 한국GM의 파견직종에 대해 2013년 2월 형사판결을 통해 처음으로 불법성을 인정했다. 2005년 1월 창원공장 비정규직노조가 6개 하청업체 근로자 847명에 대해 불법파견을 진정해 기소된 건이다.
대법원은 불법파견으로 판단한 근거로 원·하청 근로자가 혼재돼 똑같은 작업을 수행하고, 필요시 원청업체인 한국GM이 직접 교육을 하거나 업무를 지시한 점을 들었다. 아울러 도급계약상 업무의 내용이 특정되지 않았으며 한국GM이 근로시간이나 휴가 결정 등의 근태관리를 맡은 점도 불법파견 근거가 됐다.
이 때문에 데이비드 닉 라일리 전 GM대우(현 한국GM) 사장에게 벌금 700만원형이 선고됐다. 6개의 협력업체 대표 등도 300만~40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에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은 대법 판결 이후 열달이 지난 2013년 12월 창원공장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했으나 불법파견을 시정하지 못했다. 판결 이후 한국GM은 자동차 조립공정을 블록화하고 커튼을 치는 식으로 원하청 근로자들을 물리적으로 분리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GM 직원이 내리던 작업지시를 하청관리자가 내리는 식으로 업무형태도 변경하면서 직접고용 행정명령을 피했다.
대법 판결에도 불구, 한국GM의 근무형태 조정 때문에 고용부의 근로감독이 무위에 그치자 창원공장 하청근로자 5명은 2013년 6~7월 민사재판으로 근로자지위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6년 6월 다시 한번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한국GM과 일하는만큼 불법파견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민사재판에서도 대법원은 2013년 형사판결과 유사한 근거를 들었다. 이때 '작업공정을 블록화한 경우라도 혼재작업과 마찬가지로 전체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있어 업무의 질적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추가 근거로 들었다.
이에 더해 지난달 13일 인천지법에서도 한국GM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민사판결이 나왔다. 창원공장과 유사하게 운영되는 부평, 군산공장의 하청근로자 84명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독자들의 PICK!
인천지법 역시 생산공정을 블록화했더라도 원·하청 근로자들을 컨베이어벨트 전후로 배치한 것에 불과해 업무가 여전히 유기적으로 연동된다고 판시했다. 작업공간을 분리했더라도 불법파견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한국GM의 방어논리가 없어진 셈이 됐다.
또한 하청업체 관리자가 지휘나 명령을 했어도 이는 원청업체에 의해 통제된 것에 불과하다고 바라봤다. 2013년과 달리 계약상 도급업무 내용을 특정했지만, 작업량과 기한이 특정되지 않고 한국GM의 계획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며,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도 수행한다는 근거가 됐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한국GM 창원공장 노조는 이달 9일 고용부 창원지청을 찾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된 특별근로감독에 압력을 행사하려 했다.
창원공장 노조 관계자들은 사측과 함께 창원지청을 방문해 2013년 12월 처벌받지 않은 점을 예로 들면서 "당시에도 우리가 합법 형태라고 판단했던만큼 이번에도 합법 파견으로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했다.
아울러 한국GM과 정부의 협상이 진행중인만큼 근로감독 결과 발표를 최대한 늦춰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이는 불법파견에 고통 받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외면한 정규직 노조의 이기적 행태로 풀이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기업 강성노조는 많은 혜택을 누리는 반면 이에 속하지 않는 대부분의 노조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며 "1987년 이후 한국 노동운동이 급성장하면서 연대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대형 제조업 사업장 위주로 구성된 결과"라며 안타까워했다.
조성제 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노사가 담합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위기시에 먼저 내보내는 이러한 행태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들에 대한 비난을 넘어서서 고용유연성 외에 노동시간·임금·기능유연성 등 고용조정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국면"이라고 바라봤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군산공장 폐쇄설이 나오면서 급해진 한국GM 노조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노조가 나설 데가 있고 나서면 안될 데가 있다"며 "정부는 한국GM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최대한 빨리 발표하고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