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130조원의 '제멋대로' 저출산예산

[MT리포트]130조원의 '제멋대로' 저출산예산

세종=정현수 기자, 박경담 기자, 권혜민 기자
2018.04.0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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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예산은 없었다]①템플스테이, SW 교육 예산도 저출산예산으로 분류

[편집자주] 정부가 예산안을 발표할 때마다 빠지지지 않는 게 저출산예산이다. 2006년부터 130조원 이상 투입된 저출산예산은 지난해 출생아가 역대 최저를 기록하면서 그 실효성 뿐만 아니라 실체에도 의문이 제기돼 왔다. 저출산 예산을 전수조사해 본 결과 예산을 지나치게 쓰고도 저출산의 해법을 못 찾은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저출산 해결을 위한 예산은 없다시피 했다.

정부가 지난해 편성한 저출산 예산은 24조원. 일년치 국방 예산(43조원)의 절반이 넘는 돈이다. 그러나 연간 출생아 숫자는 역대 최저인 35만명대에 그쳤다. 합계출산율 역시 1.05명으로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예산 규모만 보면 정부가 지난해 출생아 한 명당 쓴 돈은 6800만원이다. 그러나 아무도 이 금액을 실감하지 못한다. 정부는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쓴 걸까. 결론은 둘 중 하나다. 돈을 잘못 썼거나, 애초에 돈이 배정돼 있지 않았거나.

정부 예산 목록을 보면 후자에 가깝다. 머니투데이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시행계획을 전수조사한 결과, ‘저출산 예산’이 편성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저출산 예산총액은 131조2604억원이다.

2006년 2조1445억원에 불과했던 저출산 예산은 지난해 24조1150억원까지 늘었다.

◇제멋대로 저출산예산=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작성하고 있다. 각 부처는 기본계획을 토대로 매년 시행계획을 짠다. 시행계획에는 구체적인 사업명과 예산 규모가 모두 담긴다.

지난 12년 동안 구체적인 사업명이 명시된 저출산 예산은 124조8149억원이다. 비예산 사업을 비롯해 정부가 명시한 사업수는 중복된 것을 포함해 554개다. 하지만 개별 항목 중 저출산 예산과 연결고리를 찾기 힘든 사업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가족여가 프로그램 개발’ 사업을 저출산 예산으로 올려놨다. 5년간 지출한 금액은 1383억원이다. 이 사업은 템플스테이 운영지원과 향교의 전통예절강좌 등으로 구성된다.

문화부는 ‘학교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사업도 저출산 예산으로 제출했다. 학교에 국악과 연극 등 예술강사를 파견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3440억원이다. 저출산과 접점을 찾기 어렵다.

이 밖에 각 부처는 ‘소프트웨어(SW) 전문인력 양성 ’사업(537억원), ‘청소년 성범죄 예방 활동 강화’ 사업(5486억원), 어린이 보호구역 등을 추진하는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 사업(2017억원)도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했다.

다소 모호한 고용 예산도 있다. ‘교육과 고용과의 연결고리 강화’(8526억원), ‘청년 가젤형 기업지원’(6880억원), ‘중소기업 매력도 제고’(2277억원), ‘청년 해외취업 촉진’(868억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6년 12월 청년 해외취업 촉진 사업 등을 거론하며 “기존의 다른 목적이나 취지를 가지고 추진되던 사업을 저출산 정책에 포함시킨 경우가 많다”며 “저출산 정책에서는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저출산예산은 보육예산?= 나머지 저출산 예산의 대부분은 보육 예산이다. 보육 명목으로 편성한 저출산 예산은 12년 동안 전체 예산의 66%를 차지하는 83조3900억원이다.

보육 예산은 주로 어린이집 등에 흘러가는 돈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수요자 맞춤형 보육체계’ 예산으로 6조4259억원이 편성됐다. 만 0~2세 어린이집 예산 4조4414억원과 가정양육수당 1조8354억원 등이 반영된 돈이다.

이 밖에 교육부의 보육·유아교육(3조9834억원)과 초등학교 돌봄 수요 대응(5010억원), 보건복지부의 지역아동센터 내실화(3054억원),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서비스(1348억원) 등이 지난해 보육 예산으로 들어갔다.

보육 예산에는 보육교사의 인건비, 운영비 등이 반영된다. 전문가들은 보육 예산과 저출산 예산의 연결고리가 약하다고 지적한다. 보육 예산이 늘어난다고 해서 자녀를 더 낳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저출산 예산 평가에 참여했던 한 연구자는 “보육교사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간접비용이라는 점에서 저출산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며 “저출산 해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만 저출산 예산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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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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