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6년째 104.4톤…한은, 금 보유량 그대로인 이유는

[MT리포트]6년째 104.4톤…한은, 금 보유량 그대로인 이유는

한고은 기자
2019.09.03 17:36

2013년 마지막으로 매입 중단…중앙은행은 '최종대부자' 유동성·수익성에 중점

[편집자주] 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주식은 믿을 수 없고 달러 등 통화는 저금리 기조 속에 가치 절하가 우려된다. 각국 중앙은행을 비롯해 자산가와 중산층 할 것 없이 금 사재기에 나선 배경이다. 올들어 이미 20%가 오른 금은 사람들의 믿음대로 안전자산이 될 수 있을까

현재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 무게로 104.4톤, 금액으로는 47억9000만달러다. 한은은 외환보유액(2019년 7월말 기준 4031억1000만달러)의 1.2%를 금으로 갖고 있다. 2011~2013년 금 보유량을 집중적으로 늘린 이후 6년째 제자리다.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금값이 오르고, 중국이나 러시아, 터키 등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 보유량을 늘리면서 변화가 있을 듯 싶지만 한은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보인다.

한은이 금 보유량 확대에 소극적인 이유는 크게 2가지가 꼽힌다. '최종대부자'로서 중앙은행의 위치와 일종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우선 한은은 외환보유액 운용에 있어 유동성과 안전성, 수익성을 고려한다. 한은은 위기시 최종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최종대부자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즉시 현금화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보유할 유인이 크다. 미국 국채, 정부채 등이 대표적이다.

또 금은 무수익자산으로 보유하는 동안 별도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면 이자나 배당을 얻을 수 있는 반면 금은 보관비용도 생긴다.

한은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을 영란은행에 보관하고 있다. 보관료는 글로벌 투자은행 등에 빌려주고 받은 대여수익으로 충당하고 있다. 영란은행에 보관하는 이유는 영국 런던이 전세계에서 가장 큰 금시장이기 때문이다. 매입이나 매도, 대여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트라우마는 2011~2013년 금 매입 당시 상황에서 비롯된다. 한은은 당시 금을 매입하면서 외환보유액 운용자산 다변화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밖에서부터 금을 매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왜 금을 늘리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금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을 거치며 수년간 상승세였다. 그러나 2011년 9월 온스당 1900달러에 육박했던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완화되면서 하락세를 그렸고, 한은은 비판에 시달려야했다. '상투를 잡았다'는 뒷북 논란이었다. 한은 입장에서 금이 반가운 이야기거리는 아니다.

2013년 2월말 금 가격은 온스당 160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그 이후 한은의 금 매입은 없었다.

최근 6년동안 최고가를 경신하며 금값이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국금거래소 강남본점에서 골드바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최근 6년동안 최고가를 경신하며 금값이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국금거래소 강남본점에서 골드바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경기둔화에 달러약세…금값 더 오를 것"=향후 글로벌 경기나 달러화 가치 전망 등을 고려하면 한은도 금 매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지금은 달러강세지만 내년 미국경기가 수축국면에 접어들면서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불가피하다"며 "달러약세에 금값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가치와 금값은 일반적으로 반비례한다. 김 교수는 수년전부터 한은의 금 보유량 확대를 주장해왔다.

전세계 중앙은행이 경기침체에 대비한 유동성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점, 중국이 외환보유액으로 금 보유 비중을 늘리려고 하는 점도 향후 금값 상승을 떠받칠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 즉 달러화 기축통화체제 이탈을 준비중이다.

김 교수는 "실물경제에 비해 풀려있는 통화량(M2)이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금값도 상승한다"며 "내년 전세계 경제가 나빠지면서 각국이 돈을 더 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값 상승세는) 큰 흐름의 초기 단계로 보인다"며 "한국은행은 현재 외환보유액의 1.2%만 금으로 갖고 있는데 수익성 측면에서도 금 보유량을 더 늘릴 유인이 커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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