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사회적 재분배 필요성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띄운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 의제에 제동을 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이윤의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논쟁 자체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자칫하면 이제 겨우 자라나는 새싹을 밟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295,500원 ▼33,500 -10.18%) 노동조합의 성과급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논의에 대해 신중론을 펼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75%를 넘었는데 그게 전부 다 개별 기업만의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있다"며 "노동자들의 기여도 있을 것이고 투자자들의 몫도 있을 것이고 어려운 시기에 세금으로 지원한 국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논의가 제기된 배경을 설명하면서도 "이것이 과연 타당한 주장인가,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고민이 많았는데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주장의 당위성에도 그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기업 경쟁력 약화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세, 로봇세를 도입해서 복지를 향상하거나 유효 수요를 창출하지 않으면 자본주의의 선순환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국가가 (이익을 세금으로) 거둬서 소비자에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실리콘밸리에서 주장하는 기본소득론"이라며 "문제는 우리나라만 이걸 먼저 하면 기업들이 다 탈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의 유력한 첨단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라며 "한국에 가면 영업이익의 일부를 떼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있다고 하면 그런 나라에 투자하는 게 망설여지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국가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초과이익 재분배는) 법인세를 올리는 것과 비슷한데 법인세는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지만 이익의 몇 퍼센트를 나눠갖자고 싸움을 해서 그때그때 결정하는 건 매우 불안정하다"며 "이는 국가 산업 정책에도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자들의 PICK!
그러면서 "우리나라 안에서만 논쟁해서 끝날 일이 아니고 세계적인 공통 의제가 될 것"이라며 "매우 어려운 주제지만 피할 수는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초과이익의 사회적 재분배 논의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재분배 할 것인지 논의하는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의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며 공론화를 예고했다.
삼성전자처럼 기업이 기존의 예상을 뛰어넘는 초과이익을 거뒀을 때 이를 단순히 정규직이 몇 퍼센트 가져가는 게 옳은지를 논할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어떻게 재분배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업의 이익에 기여한 비정규직과 협력사, 지역사회 등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이익 재분배는 과거 보수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정운찬 전 총리도 사회적 의제로 언급한 바 있다. 정 전 총리는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성과를 합의된 규칙에 따라 나누는 시장 내 공정거래 모델로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했다. 스웨덴에서는 1950년대부터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 하에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상승을 일부 억제하는 대신 중소 협력사의 임금을 높이는 연대임금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과이익의 정의가 모호할 뿐더러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나 사유재산 침해 논란도 제기되면서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 공론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노동부는 당초 지난 1일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잠정 연기한 상태다. 이날 이 대통령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정부 주도의 토론회 개최에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토론회의 틀이나 시기 등에 대해서는 조율을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