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죄송합니다. 지금 상황상 사진을 찍는데도 웃는 표정을 지을 수가 없네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이틀 앞둔 지난달 25일 서울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만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은 굳은 표정을 좀처럼 풀지 못했다. 2주 전 광주 화정동에서 공사 중이던 아파트가 무너지며 6명이 매몰된 사건의 구조 작업이 끝나지 않아서다.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맡은 안 장관은 광주와 세종, 서울을 오가며 수습을 진두지휘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안 장관은 이 같은 인명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한국의 후진적인 문화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건설공사 하도급 과정의 저가수주 등 제도적 문제 외에도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안 장관은 중대재해처벌 시행에 대해 너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이번 광주 사고를 계기로 온 국민이 산업안전에 깊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장관과의 일문일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가 일어나면서 산업재해(산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재 발생률을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하도급 구조다. 원청업체로부터 밑으로 일을 내려보내면서 저가 수주하는 게 문제다. 저가 수주에 따른 손해를 메우려면 일을 빨리 빨리 할 수밖에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람의 목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충분히 갖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선진국이지만, 안전 인식과 관련된 부분은 아직 후진국 수준이다.
-어떤 점이 후진적이라는 것인가.
▶근로자나 경영자 모두 마찬가지다. 사고가 나면 경영자들은 근로자들을 비난하면서 "안전모 써라, 안전대 쓰라고 하지만 근로자들이 안 지킨다"는 얘기를 한다. 반면 근로자는 "사업주가 안전 조치들을 안해 준다"고 얘기한다. 노사 모두 서로 네탓만 한다. 그런 문화, 그런 인식이 매우 후진적이다. 예를 들어 아주 간단한 끼임 사고, 추락 사고 등은 후진적 재해라고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같은 후진적 재해 비율이 너무나도 높다. 광주에서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가 붕괴한 이후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보도 중 하나가 "우리 현장도 이렇게 안전을 안 지킨다"는 것이다.
과연 경영자는 우리 근로자를 안전하게 하려고 무엇을 할지 고민해봤는지 묻고 싶다.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일을 빨리 하겠다며 회사에서 시킨 안전모, 안전대 같은 조치들을 안 따를 때가 있다. "설마 내가 죽겠어?"라고 생각을 한다. 산재로 죽어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설마' 하는 게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처럼 산업재해, 중대재해에 대해 경영자든 근로자든 이렇게 논쟁하고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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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경영자들이 많은 우려를 나타내는데
▶너무 두려워 할 필요 없다. 법의 첫번째 취지는 최고경영자가 자사 사업장에 안전 관련 유해·위험요인이 있는지, 주로 발생하는 사고 유형이나 다른 회사의 유사사례를 보면서 안전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문제가 되는 부분에 투자하는 등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여태까지는 안전관리자에게 일임시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업에서 안전관리자는 한직으로 치부되거나 비정규직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젠 안전 분야에서 경영자가 관심을 가지고 위해요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보자는 것이다. 이것만 했다면 경영책임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안전관리 전문가의 공급은 충분하다고 보는가.
▶산업안전보건법상 명시된 자격증 보유자는 충분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며칠 전 산안안전관리사 응시자가 3배로 늘어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다만 기업에서 안전관리자를 충원할 때 금방 자격증을 딴 이들보다는 현장 경험을 지닌 이들을 선호하니 기업간 안전인력의 연쇄이동 우려는 있다. 안전관리자 찾기 힘들다는 얘기는 일반적인 구인-구직시장의 미스매치와 비슷하다. 자격자가 부족하진 않지만 처우 문제 등이 남는다.
-최근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COVID-19) 사태 속 고용시장의 어려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고용시장은 코로나 때문에 어렵다가 지난해 3월부터 지표상으로는 많이 좋아지고 있다. 역대 최대 고용률 같은 기록도 세웠다. 다만 청년층 같은 경우 좋아지는 수치에도 불구하고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가장 안타깝다. 시간제 일자리나 비정규직 등으로 늘어난 고용 수치를 놓고 제대로 된 일자리 회복이 맞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제가 장관으로 취임한 뒤 청년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으니 가장 어려운 부분이 채용 규모가 너무나 줄었다는 것, 그 다음으로 일자리 경험 기회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채용 규모 관련해선 30대 기업 인사담당 임원들을 만나서 공채 역시 장점이 있으니 잘 활용해달라는 얘기를 했다. 청년들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공채가 많을 때는 몇월에 어느 기업이 어느 정도를 채용한다는 계획이 있었는데, 최근 수시채용 위주로 바뀌다보니 기본적으로 두렵고 불안하다고 한다. 기업 임원들을 만나서 "당신들이나 저나 졸업하고 취직할 당시에는 이렇게 어렵진 않았다. 개별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성세대로서의 역할을 좀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들이 경력자 위주로 채용하는 트렌드는 왜 생겨났다고 보는가.
▶물론 경기 자체가 안 좋다보니 채용규모 자체를 줄이는 경우도 있지만, 신산업 분야의 경우 대학을 졸업해도 현장에 적응시키려면 회사 입장에선 교육을 많이 시켜야 한다. 그래서 신산업 분야 훈련을 미리 많이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소프트웨어 인력양성대책 등을 추진했다. 기업들에게 자신들의 근로자만이 아니더라도 동종 생태계의 중소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라도 훈련시키는 책무를 제안했다. 그렇게 시작된 게 청년고용 응원프로젝트다. 롯데그룹의 경우 탈락한 청년들에게 면접 과정에서 보인 부족한 부분 등을 피드백 해준다. 그 자체가 청년들에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된다. 삼성이 하는 청년소프트웨어아카데미(SSAFY)는 정부 지원 없이 선제적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고, 이런 데 대해서도 정부가 일부 재정지원을 하는 쪽으로 가려 한다.

-4차산업혁명과 탄소중립 기조 등이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는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측면이 있는 한편 기존의 고탄소 산업 등의 일자리는 감소할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빅3 등 신산업에서 생길텐데 관련 인력 양성이 중요해진다. 고용부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범부처가 힘을 합쳐 1조6000억원의 협업예산을 들여 16만명의 인력을 양성하려 한다. 다만 기존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때 이 분들이 다른 산업으로 제대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직무훈련, 전직 및 재취업지원을 어떻게 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를 통해 지역별로 필요한 인력 양성을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직업훈련 알선서비스 등을 하려 한다. 올해 노동전환지원센터를 만들어 이 부분을 돕고, 올해 상반기 중 노동전환분석센터를 만들어 어떤 산업에서 일자리가 얼마나 줄어들지 구체적으로 수요와 공급 매칭을 보려 한다.
-고용안정망을 확충하고 강화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일을 하다 예기치 못하게 일자리를 잃으면 생계와 재취업 두 가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래서 고용보험이 생긴 것인데 그동안 전통적인 임금근로자 위주로 설계 됐다. 2019년 기준으로 2700만명의 취업자 중 31%는 임금근로가 아니기에 고용보험 혜택을 못 받더라. 어떻게 보면 더 취약할 수도 있는 이 분들을 고용보험의 틀로 끌고오겠다는 게 '전국민 고용보험'이다. 2020년 12월에 로드맵을 마련했고 예술인 등을 추가했다. 지난해 7월에는 보험설계사와 택배기사 등의 특고직이 들어왔다. 올해 1월부터 배달대행, 퀵서비스, 대리운전기사가 들어왔다. 그 다음은 자영업자인데, 구체적 부분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치고 있다. 올해 7월에 전속성, 관리 여부 등을 기준으로 일부 직종을 추가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