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이 제품으로 구현돼 시장에서 소비자들과 만나는 과정, 즉 기술사업화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개발 이후에도 △제품 성능 테스트 △진입하려는 시장의 현황 분석 △연관 기술 추가 확보 △양산 설비 구축 △마케팅 등 장애물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단계에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매출이나 담보 여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제때 자금을 수혈하지 못해 사업화에만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기술사업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 주도로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기술의 이전 및 사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덕분에 지금은 대학과 공공 연구소가 연구·개발한 기술을 매년 수천씩 민간 기업에 이전시키고 있으며 기술 평가 전문가들과 컨설팅 기업이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환경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전 같은 정부 주도의 지원만으로는 사업화 성과를 신속하게 창출하는 데는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의 기술 패권 다툼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미래 선도 산업에서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속도전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나 이차전지, 바이오처럼 미래 첨단 전략 산업 분야는 더욱 치열하다.
기업이 기술사업화 자금을 조달하는 데 있어서 은행 대출이나 벤처캐피털 같은 민간 금융 역할이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은 올해 기업의 기술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대출해 주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기업에 시중 기업 대출 금리보다 현저히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KDB산업은행 등 13개 은행이 동참해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시장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기업은 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화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정부가 출연금 형태로 사업화 자금을 지급하는 기존 방식은 기업이 상환해야 하는 부담은 적지만 자금 활용의 자유도나 유연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이에 비해 융자형 방식은 민간 금융의 장점을 수용한 새로운 형태의 자금 조달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기업이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직접 운용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역할도 올해는 더욱 주목된다. 지난해 국내 주요 CVC들이 참여한 'CVC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는데 회원사들은 올해 2조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첨단 전략 산업 분야에서 혁신적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CVC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어서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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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의 기술사업화 지원은 직접 자금 지원에 민간 투자를 일부 연계하는 형태로 다소 제한적이었다. 앞으로 투융자 형태의 민간 주도 금융 지원이 확대된다면 기술사업화 성과가 더 효과적으로 창출될 것이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술금융 투자확대 전략회의'를 개최했는데 정부와 은행, CVC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사업화 금융 확대를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하는 금융 지원이 혁신적 기술을 가진 기업의 사업화 자금 확보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