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회복의 시간]③계엄·탄핵 정국에서 시민들이 말하는 시민

혼란스러운 계엄, 탄핵 정국 속에도 빛은 있었다. 서울의 밤을 비춘 '응원봉'으로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줬다. 국민들은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집단, 회복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주체로 정부나 국회가 아닌 '시민'을 꼽았다.
1일 머니투데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18세 이상 69세 미만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7.6%가 '가장 신뢰하는 집단'을 묻는 질문에 '시민'이라고 답했다.
뒤이어 △기업(14.8%) △정부(7.7%) △국가 또는 기업의 리더(5.6%) △국회(정당)(4.3%)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시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 데는 시민들의 주체적인 민주주의 집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상계엄 선포에서 비롯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시민들은 '응원봉'을 들고나와 밤거리를 비췄다.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집회 장소 인근 식당이나 카페에 '선결제'를 해두는 방식으로 집회 참여자를 지원했다. 전에 없던 '응원봉'과 '선결제' 집회 문화를 남기면서 시민 간 신뢰는 더 커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를 묻는 질문과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주체' 질문에 '시민'이라는 답변 비중이 각각 77.4%, 53.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연령별로 보면 '가장 신뢰하는 집단이 시민'이라고 답한 비율은 40대(77%)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30대(70.5%)와 50대(69%)가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던 18~29세(64.8%)와 60대(56.8%)도 절반 이상이 '시민'을 가장 신뢰한다고 꼽았다.
연령과 성별을 함께 보면 '가장 신뢰하는 집단'으로 '시민'을 선택한 30대 여성(80%)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40대 남성(77.5%) △40대 여성(76.5%) △20대 이하 여성(73.6%) △50대 여성(70.4%) △50대 남성(67.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국가를 향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응답자의 52.3%는 행정부(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라고 한 비중은 35.5%였다. 정부를 신뢰한다고 대답한 비중은 12.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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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국회)를 향한 시선도 비슷했다. 국회를 신뢰한다(20.9%)는 답변은 정부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44.9%를 차지했다. 국회의 경우 '신뢰하지 않는다'는 연령별 비중은 60대(56.3%)가 가장 높았다.
'가장 신뢰하는 집단' 조사에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한 것도 '국회(정당)'이다. 연령별로도 4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국회(정당)'를 가장 신뢰하는 집단으로 꼽은 비중이 가장 낮았다. 40대는 정부(2.9%)라고 답한 비중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탄핵 정국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응원봉을 가지고 나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앞장 섰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 간의 신뢰와 자긍심도 높아졌다"며 "민주주의의 위기가 시민들의 무관심에서 시작되는 반면, 이번 사태에서는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