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거대 정당은 선거가 끝나면 돈을 번다. 선거 때마다 수백억원의 돈을 쓰지만, 정부가 덤을 얹어 보전해주는 탓이다. 국민 상당수가 잘 알지 못하는, 합법적이면서 기만적인 재테크다. 정치권 입장에서 보면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선거보전금인 셈이다.
선거보전금은 헌법에 보장된 선거공영제의 산물이다. 선거는 '쩐의 전쟁'이기에 선거에 나서는 이들은 돈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고무신 나눠주던 선거가 판을 치던 시기엔 돈 많은 후보가 유리했다. 불평등을 덜어주려고 선거보전금을 제도화했다. 득표율 15%를 넘기면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해준다. 10%만 넘겨도 절반은 돌려받는다. 소수 정당과 정치 신인에게도 길이 열렸다. 여기까지는 진정 '아름다운' 제도다.
다른 제도와 엮이면서 아름다움은 추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주요 정당에 매년 경상보조금을 지급한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경상보조금만큼 선거보조금을 준다. 선거가 끝나면 선거 비용을 다시 보전해준다. 선거에 쓰라고 돈(선거보조금)을 주고 선거에 썼다고 돈(선거보전금)을 또 준다. 세금이 중복으로 정당에 들어가니 선거가 끝나면 거대 정당은 돈을 번다.
올해처럼 조기 대선이 치러진 2017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123억5737만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았다. 선거비용으로 신고한 금액은 481억6635만원이다. 민주당은 선거가 끝나고 471억7211만원을 돌려받았다. 100억원 넘는 '공돈'이 생겼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119억8433만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았고 330억6466만원을 돌려받았다. 선거에 쓴 돈은 341억9713만원이다.
문제 제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선관위는 선거보조금과 선거보전금의 '이중 지원'을 방지하는 법률 개정 의견을 냈다. 기획재정부는 과거 '지출구조 혁신 추진 방안'에 이 문제를 올렸다. 관련법 개정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올라오기도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애써 외면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대선이 끝난 후에도 득표율 15%를 넘긴 정당은 약 100억원의 돈을 번다.
이제 바꿀 때가 됐다. 올해 조기 대선 비용은 본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 비상금인 예비비로 대선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정부는 대선 비용으로 목적예비비 3957억원을 편성했다. 선거보전금은 아직 반영하지도 못했다. 전체 선거 예산은 5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예비비는 2조4000억원이다. 이 중 사용처가 정해진 목적예비비만 1조6000억원이다. 목적예비비에 포함됐다가 거부권이 행사된 고교 무상교육 예산 상당수가 대선 비용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절대적으로 예비비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예비비로 충당할 대선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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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경제도 어렵고 재정 상황도 어렵다.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자며 너도나도 이야기하고 있는 정치권이다. 선거보전금 일부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대선 공약을 제안해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처럼 그들에게만 아름다운 단어는 기만이고 폭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