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新산업책략]<1>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원장 인터뷰

"산업정책의 전면적 귀환"
최근 글로벌 산업정책의 동향에 대한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의 평가다. 자유무역 시대에 밀려나 있던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에서 '산업정책'이란 단어가 되살아나고 있다.
민 원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글로벌 기술 질서의 전환기"라며 "AI(인공지능)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향후 3~5년이 기술 주권을 확보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역시 경쟁국의 파격적 산업정책에 대응해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정부 지원을 지속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민 원장은 주요국 산업정책의 목적이 과거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경제 성장이나 고용 창출이 산업정책의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 공급망 안정, 국가안보까지 포괄하는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 원장은 ""산업정책의 수단도 직접 보조금, 세제·금융 인센티브, 수출입 규제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지난해 1월 발표한 '데이터로 보는 산업정책의 귀환'(The Return of Industrial Policy in Data)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적으로 2500건 이상의 산업정책 조치가 이뤄졌다. 이 중 수입 관련 제한 조치도 882건에 달했다.
민 원장은 "과거의 패권 경쟁이 군사 충돌이나 석유·식량 자원 확보에 집중됐다면 지금은 산업정책이 새로운 경쟁의 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국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산업정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변화의 배경에 '기술패권 달성'이라는 전략적 의도가 있다고 봤다. 미국이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고 대중 수출을 통제하며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 등 핵심 자원의 수출을 제한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을 중심으로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한국에선 내세울 만한 산업정책을 찾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민 원장은 "우리 산업과 경제 구조는 대외 의존도가 매우 높다"며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강화, 공급망 불안 같은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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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해법으로 '유연한 산업정책'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는 민간의 개방형 혁신과 해외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하고 기술혁신과 공급망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등 첨단산업 육성과 투자 방향성을 제시하는 동시에, 규제 혁신과 인프라 지원, 데이터 개방 등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수단을 종합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원장은 "과거처럼 기업의 자율성만 존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쟁국에 비해 인력이나 예산 면에서 뒤처지지만 기업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R&D(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산업정책으로 뒷받침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