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덤핑을 조사해 달라는 무역구제 신청건수가 올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철강·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밀어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반덤핑 조사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반덤핑 무역구제 조사신청 건수는 12건(품목 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조사신청 건수(10건)를 넘어섰다. 연도별로 역대 최대였던 2002년 11건 역시 넘었다. 무역구제 신청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말까지 신청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덤핑 조사신청은 최근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년 간 조사신청 건수는 연평균 6.2건 정도였으나 2023년 8건, 2024년 10건에 이어 올해는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관련 시장 규모도 대규모화하고 있다. 반덤핑 조사신청이 제기된 품목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21년 건당 150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건당 2조92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반덤핑 조사는 증가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반덤핑 조사개시 건수는 368건으로 역대 최대였던 2001년 372건에 이어 두번째를 기록했다. 최근 흐름도 2022년 89건, 2023년 191건 등 늘어나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등 글로벌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품목이 주요 조사 대상이다. 조사대상국도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해당 품목을 주로 생산하는 국가들이다.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재고 해소를 위해 해외 시장에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덤핑과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를 담당하는 무역위는 현재 8개국 9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15개국 25건에 대해서는 덤핑방지 조치를 시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철강업계에서 강하게 요구해 왔던 중국산 열간압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서는 덤핑 수입으로 인해 국내 산업에 실질적 피해가 있음을 확인하고 올해 2월 27.91~38.02%의 잠정 덤핑방지 관세 부과가 결정됐다.
중국과 일본의 '탄소강 및 그밖의 합금강 열연제품'(열연제품)에 대해서는 지난 3월 조사를 개시한 이후 7월 예비 판정을 통해 28.16%~33.57%의 잠정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산 페트(PET) 필름과 부틸아크릴레이트, 태국산 이음매 없는 동관, 사우디아라비아산 부틸글리콜에테르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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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편 등으로 국내 산업 보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는 우회덤핑 차단을 강화하는 내용의 '관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지난 8월 입법예고했다. 덤핑물품을 제3국 또는 국내 보세구역에서 경미하게 변경하거나, 덤핑물품의 원재료를 제3국으로 보내 덤핑물품으로 조립·완성한 경우에도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회덤핑 조사기간은 기존 1개월에서 2개월로 늘릴 예정이다.
앞서 올해 3월에는 통상방어기능 강화 차원에서 무역위 조직을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조직 개편에 따라 무역위는 기존 4과 43명에서 6과 59명으로 확대됐다. 덤핑 조사를 위한 덤핑조사지원과와 판정지원과도 신설됐다.
지적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조사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최근 관련 규정도 개정했다. 조사신청서 서식은 기존 10종에서 5종으로 단순화해 신청인의 신청서 작성 부담을 낮췄다. 자료 제출 누락 방지를 위해 서식 하단에 구체적인 작성 방법과 예시 제시, 첨부 자료 목록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