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관세협상에 대해 "타결이 매우 임박해 있다"고 발언하면서 오는 2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안 도출이 가능할지 관심을 모은다.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경우 3500억달러(500조원) 규모 대미 투자펀드의 구체적인 운용 방식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 주요 쟁점을 포괄하는 패키지 형태의 딜이 만들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25% 관세가 적용 중인 자동차 업계도 관세 인하 기대감이 커진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통상당국은 지난 7월30일 1차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수차례 미국을 방문해 후속협상을 진행했다. 1차 협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대미 투자펀드의 운용방식 등에서 한미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자동차 관세는 여전히 25%가 적용되고 있다.
쟁점은 펀드의 현금투자 비중과 투자 기간, 수익배분 방식 등이다. 우리나라는 펀드 대부분을 대출·보증 방식으로 원하는 반면 미국은 전액 현금을 요구했다. 투자처도 우리나라는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 기업에 강점이 있는 첨단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었으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곳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익배분 역시 미국은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는 입장이다.
후속협상 결과 미국은 전액 현금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섰다.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대부분 수용한 것이다.
다만 현금투자 비중에 대해선 여전히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전액 투자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비중을 현금으로 투자할 것을 원하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금투자 비중을 최대한 낮추고, 투자 방식도 5~10년 간 분할투자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시장 영향 없이 우리나라가 조달할 수 있는 외환 규모는 연간 150억~200억달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교착상태에 있던 관세협상이 급속도로 진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이번 방미에서 한국과 관세협상을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들이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답했다. 협상의 공을 한국으로 넘긴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전 극적으로 타결이 이뤄질 경우 이는 부분 합의가 아닌 모든 쟁점을 포함하는 패키지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 "쟁점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부분 합의된 내용만으로 MOU(양해각서)를 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MOU 전체에 대해서 양국간 합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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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도 이번 협상결과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업계는 그동안 관세 인상분의 대부분을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비용으로 반영하면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25% 관세로 인해 올 3분기까지 현대차·기아의 관세 비용은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기아의 2분기 관세 비용은 약 1조6000억원이었고 3분기에는 2조5000억원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질 경우 완성차업계의 관세 부담은 40~50%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기아 양사 합산으로는 연간 약 4조원의 이익 증대가 기대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관세가 인하되면 현대차의 2026년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 기아 역시 같은 조건에서 1조6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완성차업계는 이번 협상 타결 시점을 기점으로 4분기부터 실적 개선 모멘텀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일본과 EU(유럽연합)와 동일한 15% 관세 적용에 합의했지만 정치 일정으로 최종 서명이 지연돼 왔다"며 "이번주 협상 결과에 따라 완성차 업계의 관세 부담이 연간 수조원 규모로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