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 조짐…커지는 한국 경제 '3高 공포'

'중동 전쟁' 장기화 조짐…커지는 한국 경제 '3高 공포'

세종=박광범 기자
2026.03.08 16:00
정부, 2026년 경제전망/그래픽=김다나
정부, 2026년 경제전망/그래픽=김다나

중동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물가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치솟는 이른바 '3고(高)' 공포가 확대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가운데, 금융시장 변동성이 실물경제 충격으로 옮겨붙을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당초 잠재성장률(1.8%)을 상회하는 '2.0% 성장'을 달성하겠단 올해 정부 목표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단 평가다.

8일 관가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1%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가 배럴당 62달러(두바이유 기준)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하지만 두달여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중동 사태로 최근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어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6일(현지시간) 두바이유는 100.42달러로 100달러를 돌파했다.

환율도 출렁인다. 중동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한때 1505.8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2일 이후 처음이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 지속에 따라 위험자산인 원화 약세 압력이 연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고유가·고환율은 시차를 두고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 즉각적으로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을 통해 기업의 생산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 결국 공산품과 서비스 가격 등으로 전이돼 전체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는 구조다.

민간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올해 '2.0% 성장' 목표를 달성하겠단 정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단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1.8%)보다 0.2%p(포인트) 높은 2.0%로 상향 조정했는데, 이는 국제유가 연평균 64달러(브렌트유 기준)를 전제로 한 것이다.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상태다.

경제 성장의 또 다른 한축인 수출도 불안한 상황이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동 지역의 물류망이 마비되며 우리 기업의 수출길이 막힐 위험이 크다. 운송비용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때 우리나라 수출은 0.3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반도체 경기가 전체 경제 성장 흐름을 좌우하는 한국의 기형적인 성장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는 대부분 항공 운송되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 시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용 상승이나 운송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반도체는 생산을 위한 전력 소비가 큰 산업인 만큼 에너지 가격 급등 자체가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 지금과 같은 반도체 수요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상황은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에도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물가마저 올라갈 위험까지 커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 회복 격차가 큰 'K자형' 양극화 성장 흐름 속에 실제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추가적인 경기 둔화 요인이 될 수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정부의 경기 대응 시계가 빨라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경제 성장력이 잠재 성장률 수준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등 성장 불균형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민간 주체들의 체감 경기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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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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