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과도기가 만든 CU사태… '확대된 권리'와 '거부된 현실'의 충돌

노봉법 과도기가 만든 CU사태… '확대된 권리'와 '거부된 현실'의 충돌

세종=조규희 기자, 세종=강영훈 기자
2026.04.21 16:05

[노봉법 후폭풍, 물류망 타격]①

(진주=뉴스1) 한송학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 화물연대 집회 현장을 방문했다. 2026.4.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진주=뉴스1) 한송학 기자
(진주=뉴스1) 한송학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 화물연대 집회 현장을 방문했다. 2026.4.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진주=뉴스1) 한송학 기자

노동자의 법적 권리 확대에 대한 기대와 사용자의 현실적 수용 거부,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만들어낸 간극이 CU사태를 초래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안착하지 못한 법적 기준과 이를 둘러싼 노사 간의 극심한 온도차 등 법시행 과도기가 만든 '구조적 참사'란 지적이다.

최근 화물연대 편의점지부 CU지회는 '주 70시간 노동 철폐'와 '원청인 BGF리테일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경남 진주센터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이 대체 수송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됐으나 현장의 노사 관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과도기적 공백'이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노란봉투법이 명시한 '사용자 정의의 확대'다. 화물연대는 이 법을 근거로 하청업체인 BGF로지스가 아닌 실질적인 결정권을 쥔 원청 BGF리테일에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직접적인 계약 관계 부재를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과거엔 원청 대상 파업이 불법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아 동력이 약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동계는 이를 정당한 권리 행사로 인식하며 투쟁 수위를 높여왔다. 법적 보호막이 강화됐다는 기대감이 이번 농성의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노란봉투법의 범위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다. 고용노동부는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 등 취약 지위에 있는 이들이 단결해 대화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화물연대가 설립신고를 마친 '법적 노조'가 아니라는 점을 들어 노란봉투법상의 원·하청 관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인식이다. 화물연대는 노동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조계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화물연대의 법외노조 논란과 별개로 그 구성원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원청인 BGF리테일이 운송료와 배차 시스템 등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면 노란봉투법에 따른 교섭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이 개정법의 핵심 취지란 지적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의 모태가 된 판정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 역시 학습지 교사나 택배기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며 소득의 의존성, 업무 내용의 결정권, 지속적 결속력 등을 주요 기준으로 제시했다. 편의점 물류의 특성상 특정 기업에 전속된 화물차주들에게도 이 논리가 적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면 학계에선 이번 사안을 노란봉투법과 직접 연계하는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화물연대가 노동위원회에 이의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사안을 노란봉투법과 직접 연결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다만 "노란봉투법이 이러한 사례들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잡고 결정해줘야 현장의 혼선을 막을 수 있다"며 "향후 보완 입법 시에는 보다 분명한 입장을 제시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 시행 초기 정부의 선제적 대응과 중재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노동부는 노동지청을 통해 양측을 중재해 왔으나 "화물연대가 법내 노조가 아니어서 정식 교섭 절차를 밟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과도기적 혼돈이 부른 참사다. 새로운 법 질서가 현장에 연착륙하기까지 노사정 모두의 정교한 해법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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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희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조규희 기자입니다.

강영훈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강영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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