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통화정책 수립과 금융안정 점검, 은행 감독 등 중앙은행의 핵심 업무를 혁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의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조직 구조와 업무 방식, 데이터 거버넌스까지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국은행은 2일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6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소피아 카지닉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 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지능과 연준' 논문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AI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립과 금융안정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상품가격, 위성영상 등 고빈도 데이터를 활용해 물가와 경기 흐름을 실시간으로 추정할 수 있고, 방대한 비정형 텍스트 분석을 통해 금융시스템 위험 신호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AI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양면적이라고 분석했다. AI 에이전트가 시장 참여자로 확산될 경우 설계 방식과 목적 함수에 따라 금융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증폭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직무와 예산 데이터를 활용해 생성형 AI 도입 효과를 추정했다. 그 결과 연준 시스템 전반에서 상당한 규모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뉴욕연은이 담당하는 공개시장운영(OMO) 부문에서만 연간 약 117만 시간의 업무 효율화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중앙은행이 AI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레이크(data lake) 구축과 컴퓨팅 인프라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기나 유동성 충격 발생 시 대규모 실시간 분석을 수행할 수 있도록 컴퓨팅 자원에 대한 우선 접근권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AI 시대에 맞춰 △기본 역량 교육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업스킬링 △새로운 직무 전환을 위한 재교육 등 세 가지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할 것을 제언했다. 외부 전문가 영입보다 조직 내부에 'AI 챔피언'을 육성해 학습 문화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