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실상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국은행의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유가 충격으로 고물가 흐름이 길어지는 가운데 성장과 환율 여건까지 금리 인상 명분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면 원화 약세와 수입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한은의 부담이다.
18일 한은에 따르면 연준은 16~17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물가가 여전히 2% 목표를 웃돌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1·3·4·6월 네 차례 연속 동결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매파적 동결'로 해석했다. 특히 점도표 변화가 컸다. 점도표를 낸 FOMC 위원 18명 가운데 절반인 9명이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3월만 해도 연내 인상을 전망한 위원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급격히 바뀐 셈이다.
취임 후 첫 FOMC를 치른 케빈 워시 연준 의장도 물가 대응에 무게를 실었다. 워시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 논의는 없었다고 밝히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5년 넘게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연준이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에 이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주요국 통화정책의 기조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대응을 위해 다시 긴축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한은도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둔다. 시장에선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뒤 연내 추가 인상 여부를 물가 흐름에 따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전쟁 종전 합의 이후 국제유가가 일부 하락했지만, 한은은 고유가 충격이 시차를 두고 공업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안팎, 근원물가 상승률은 2% 중후반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여건도 과거와 다르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성장세가 개선됐고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도 예상된다. 소비 회복과 임금 상승까지 겹치면 물가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금리를 올려도 경기가 크게 꺾일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가능한 배경이다.
한미 금리차도 변수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연 2.50%, 미국 정책금리는 상단 기준 연 3.75%로 1.25%포인트 차이가 난다. 고환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금리차 축소는 원화 약세 압력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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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다음 달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물가가 쉽게 내려오지 않거나 환율 불안이 다시 커질 경우 연내 두 차례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한은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전날 "중앙은행은 단기 시장 흐름에 끌려가지 않아야 한다"며 "빅스텝이 거론된 당시에는 채권금리와 환율이 높아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