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외환시장 24시간 체제를 가동하면서 내세운 목표는 '원화 국제화'지만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중심의 가격 결정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NDF 시장에 집중됐던 야간 원화 거래를 국내 현물환 시장으로 유도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원화 국제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해외 투기자본에 따른 환율 급변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원화 보유와 역외 거래를 제한해왔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시장이 열려 있는 시간에만 국내 은행을 통해 원화를 환전할 수 있었다. 서울 외환시장이 문을 닫은 밤 시간대에는 역외 NDF 시장을 통해 환리스크를 관리하거나 원화 가치 변동에 투자해왔다.
NDF는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계약 환율과 만기 환율의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미국 고용지표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주요 대외 변수가 대부분 서울시장 마감 이후 발생하면서 NDF는 사실상 밤사이 원화 가격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NDF 환율이 먼저 급등락하면 다음 날 서울시장 개장 직후 원/달러 환율이 이를 한꺼번에 반영하는 '갭 변동성'도 반복됐다.
정부는 NDF를 직접 규제하기보다 국내 현물환 시장의 거래 시간과 참여자를 확대해 시장 원리에 따라 거래 수요를 역내로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거래 공백이 사라지면 야간 충격이 실시간으로 시장에 반영돼 개장 직후 환율 급등락이 완화되고, 거래량과 유동성이 늘면서 가격 발견 기능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NDF의 영향력을 줄이고 원화 가격이 국내 시장에서 형성되는 구조를 만든다는 목표다.
실제 거래시간을 2024년 7월 새벽 2시까지 우선 연장한 이후 국내 현물환시장의 일평균 거래량은 123억1000만달러로 직전 5년 평균보다 44.6% 증가했다. 정부는 거래시간을 24시간으로 확대하면 해외 금융기관과 투자자의 참여가 늘어 시장 유동성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출입 기업도 새벽 시간 대외 변수가 발생하면 즉시 환헤지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해외 투자자 역시 미국과 유럽 거래시간에도 원화를 조달할 수 있어 국내 주식·채권 투자 편의가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를 극대화하고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시장 접근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후속 개혁도 이어진다. 정부는 2027년 역외 원화결제시스템을 구축해 해외 금융기관의 원화 결제를 지원하고, 오는 9월에는 대고객외국환중개업(Aggregator) 제도를 도입해 여러 플랫폼에서 가장 유리한 환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화 기반 거래를 확대하고 원화 국제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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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초기에는 심야 시간대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아 작은 뉴스에도 환율이 크게 움직이는 '오버슈팅'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외환당국은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필요하면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제도 안착을 지원할 방침이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7월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한 뒤 시장이 닫혀 있는 동안 축적된 충격을 측정하는 갭 변동성 지표가 41.6% 줄었다"며 "24시간 개방 초기에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거래량 증가와 인프라 개선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