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 간 중동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하반기 전세계적인 원유 수급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9월까지 원유 도입량을 평시 수준으로 확보한 상태인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지난 3월20일 4억2000만배럴에서 지난 17일 3억1000만배럴로 4개월 동안 약 26% 감소했다. 미국 전략비축유는 지난 3월 중동전쟁 발발 이후 원유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고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민간 원유 재고 역시 같은 기간 4억6000만배럴에서 4억1000만배럴로 감소했다. 감소폭은 전략비축유보다 크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재고는 그 절반 수준인 1억8000만배럴로 추정된다. KB증권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전략비축유 감소가 지속될 경우 내년 1월이면 최소 필요량인 1억500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전세계 원유 재고도 빠르게 소진 중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석유 재고는 전쟁 직전 82억배럴이었으나 지난 5월말에는 75억배럴 수준으로 감소했다. 여전히 70일분 이상의 사용량이 잔존해 있지만 감소 속도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종합기획분석실장은 "3월 이후 재고 감소 속도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올해 하반기 중 재고 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유 대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2차 봉쇄로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우회로로 이용되고 있던 홍해까지 봉쇄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이란의 상선 공격으로 미국-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는 무산됐다.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2차 봉쇄에 나섰고 후티 반군 역시 홍해 봉쇄를 선언하면서 홍해 입구에 해당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항하는 선박이 급감한 상황이다. MOU 이후 60달러선으로 내려왔던 국제유가는 2차 봉쇄가 시작되자 다시 90~100달러선으로 급등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제한된 상황에서 홍해 운항까지 제한된다면 사우디 산유량이 올해 2분기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사우디 원유의 아시아향 수송이 재차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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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오는 9월까지 원유는 평시 수준까지 확보한 상태다. 7~8월 원유는 전년 대비 110% 이상 확보했고 9월 원유 도입량도 전년 대비 90% 수준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현재 지난 2주간 이어온 대이란 공습을 일시 중단하고 이란도 반격을 멈추면서 무력 충돌은 잠시 소강 상태다. 미국도 유가 상승과 원유 재고 소진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지만 휴전 재개 이후 해협 봉쇄가 풀린다고 해도 원유 수급이 정상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종전 MOU 이후 원유에 대한 자원안보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주의'로 한 단계 하향했다. 하지만 원유 수급에 다시 차질이 빚어질 경우 위기경보 단계는 다시 격상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말 종료했던 원유 도입 다변화 지원과 비축유 스와프 제도도 다시 검토될 수 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지난 24일 브리핑을 통해 "현 수급 상황에서는 당분간 위기경보를 올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홍해 경로나 수급 상황 등은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