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경제지표가 속속 공개되면서 경기의 명암도 뚜렷해지고 있다. 수출은 예상대로 호조세를 이어가며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물가는 식품업계 가격 인상과 국제유가 변동성 탓에 불안 조짐을 보인다. 진정세로 돌아선 환율은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대비 62.8% 증가한 988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1~7월 수출액은 5952억달러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이 7093억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미 약 83%를 웃도는 실적이다. 남은 5개월간 수출액이 4000억달러 수준을 넘어서면 정부 목표치인 연간 1조달러 달성도 가능하다.
지난 6~7월처럼 월 1000억달러 수준의 수출액이 유지되면 1조달러 돌파 시기가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전망은 밝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410억달러로 전년과 비교하면 178.8% 증가하며 2개월 연속 400억달러를 상회했다.
특히 지난해 수출액 4위였던 네덜란드를 제치고 대한민국이 '글로벌 수출 4강'에 오를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목표(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국민소득 5만달러) 중 하나를 달성할 수 있단 의미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전기 대비 0.6%를 기록하면서 정부 목표치인 연간 3.0% 성장률 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2분기 성장률은 지난 5월 한국은행의 전망치(0.2%)를 웃도는 수치로, 1분기 성장률인 1.8%의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호실적이다. 하반기 평균 성장률이 -0.1%를 기록하더라도 3.0%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
반면 정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2.6%) 달성까진 난관이 예상된다. 최근 식품업계의 가격 줄인상이 예고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식품업계는 올해 초 정부의 밀가루·설탕 등 담합사건 조사에 발맞춰 일부 품목의 가격을 내렸으나 고환율·고유가 국면이 지속되자 버티지 못하고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지난달 31일부터 빵과 케이크 76종 등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평균 8.2% 올렸다. 인상 폭은 지난 2월 정부 담합 조사 이후 단행했던 가격 인하 폭과 같은 수준이다. 농심은 용기라면, 스낵, 음료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정부의 '물가 옥죄기'의 효력이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물가는 하반기 상승률을 2.7% 이내로 낮추지 않으면 목표치 달성이 불투명하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였다. 정부 안팎에선 7월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올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하반기 물가 상승률을 2.7%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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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부담도 상존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 1418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12월2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501.64원을 기록하면서 그간 지속된 고환율 부담이 적잖다. 미국-이란 종전 선언 이후 협상 결렬로 다시 뛴 유가도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1조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 같지만 현재 반도체 가격 상승에 기인해 수출액이 올라간 것으로 수출량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이 떨어지면 수출액이 급감할 우려가 있다"며 "물가 상승률 목표는 중동 전쟁으로 또 다시 오른 국제유가에 좌우될 텐데, 현재로선 목표치 달성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