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에 미래대응기금 '100조' 넘기나...교육·지방 재정 대수술

반도체 초호황에 미래대응기금 '100조' 넘기나...교육·지방 재정 대수술

세종=박광범 기자
2026.08.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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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세수·추가세수 개념/그래픽=이지혜
초과세수·추가세수 개념/그래픽=이지혜

'미래대응기금' 신설의 배경에는 반도체 초호황이 자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호실적으로 법인세와 소득세가 예상보다 더 걷히며 추가세수 활용법이 화두가 되면서다. 정부는 이를 단순 일회성·선심성 예산으로 소모하기보다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킬 마중물로 쓰기 위해 미래대응기금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과정에서 54년째 유지 중인 내국세 연동구조를 폐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하 교육교부금) 구조개혁도 단행한다. 지방교부세도 개편한다. 결과적으로 교육 및 지방 재정에 대한 중앙정부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대응기금 100조원 넘나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와 교육부, 행정안전부는 오는 24일부터 29일까지 미래대응기금 신설 등을 위한 패키지 법안을 입법예고한다. 관련 법안은 다음 달 3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미래대응기금은 남는 재정 여력을 저장해뒀다가 부족할 때 쓰는 일종의 '재정 곳간'이다. 미래대응기금 재원을 △추가세수 △초과세수 △세계잉여금 잔여재원 등으로 마련하는 배경이다.

미래대응기금 규모로는 100조원+알파(α)가 거론된다. 정부는 추가세수의 기준이 되는 장기 추세를 최근 10년 내국세 연평균 증가율로 정의했다. 내년도 세입예산에서 장기 추세 적용치를 뺀 순수 초과분만 약 6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또 교육교부금 산식 변경에 따라 기금으로 이전되는 재원도 약 20조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올해 세수 호조에 따른 초과세수까지 기금으로 흡수되면 단순 계산으로 100조원이 넘는 기금이 적립될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다만 구체적인 기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재정경제부의 내년도 국세수입 전망과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 등을 반영해 2027년도 예산안 등과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집중투자 한단 구상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재정 여력을 보충하는 안정화 장치의 성격도 띤다. 추가세수의 배경인 반도체의 경우 호황과 침체 사이클을 반복한다. 실제 반도체 업황 한파가 닥친 2023년과 2024년엔 대규모 세수결손을 피하지 못했다. 이 시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단 한푼도 내지 않은 결과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을 자산운용사를 통해 채권이나 주식 등 금리보다 높은 이익이 발생하는 곳에 투자하고, 세수펑크나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상황 때 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한단 복안이다.

다만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 계획에도 추가세수 활용법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건전재정'과 '적극재정' 간 해묵은 논쟁이 '현재진행형'이어서다. 당장 국민의힘은 추가세수로 남는 돈을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채 상환에 쓸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기획처 관계자는 "국채를 먼저 상환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세수 변동성을 완화하고 세수 결손이라든지 신속하게 재정을 보강해야 하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미래대응기금의 여유 자금을 국채 이자율을 초과해 운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교부금, 54년 묶인 내국세 연동구조 폐지… 지방교부세도 개편
그래픽=김지영
그래픽=김지영

미래대응기금은 투자 목적에 따라 △총괄계정 △청년계정 △성장동력계정 △지방계정 △교육·인재계정으로 구성된다.

주목할 분야는 교육·인재계정이다. 54년 만에 내국세 연동 구조를 폐지하는 교육교부금과 관련이 있다.

교육교부금 제도는 1970년대 한 해 약 100만명의 아이가 태어날 때 도입된 제도다. 열악한 교육 재정을 위해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배분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매년 학령인구(6~17세)가 주는 반면, 내국세 규모는 커지면서 구조개혁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제도 도입 당시인 1972년 1073만명이던 학령인구는 올해 492만2000명(국가데이터처 중위인구 추계)까지 줄었다. 반면 교육교부금은 2016년 43조2000억원에서 올해 추경예산 기준 76조4000억원으로 약 76.8% 늘었다.

교육교부금의 또 다른 문제는 대표적인 '칸막이' 예산이란 점이다. 교육교부금은 유·초·중등 교육에만 활용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초·중등 교육 투자는 166%에 이르는 반면, 고등교육 투자는 69%에 불과한 배경이다.

이에 재정·교육당국은 마라톤 협의 끝에 새로운 산식을 도입하는 데 뜻을 모았다. 내국세 연동 구조를 폐지하는 대신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연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곱하는 방식이다.

경상성장률을 반영함으로써 전년 대비 교육교부금 총액이 감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세수 상황에 따라 교육교부금 규모가 해마다 널뛰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측면도 있다.

교육교부금 개편으로 아낀 재원(추가세수를 제외한 내국세 20.79%의 차액)은 미래대응기금 내 교육·인재계정에 쌓는다. 이를 영유아 및 고등·평생 교육에 재투자할 방침이다. 교육 예산의 칸막이를 없애기 위해서다.

특히 교육교부금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경우 그 차액을 교육·인재계정에서 보전해주는 안전장치도 법에 명시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재정안정화 장치 마련의 일환으로 지방교부세 개편도 추진한다. 현재 내국세의 19.24%는 지방교부세 재원으로 자동으로 배분된다. 정부는 19.24%라는 연동구조는 유지하되, 내국세에서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제외하는 모수 개편을 추진한다.

다만 지방정부 입장에선 구조 개편 전보다 지방교부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초과세수와 추가세수가 발생할 때는 지금보다 교부세가 줄어드는 구조여서다.

정부는 지방교부세가 장기 추세선 이하거나 세수 결손이 발생했을 경우 미래대응기금 내 '지방계정'을 통해 지방정부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지방교부세법에 담을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부 주도의 미래대응기금을 매개로 교육 및 지방 재정에 대한 중앙정부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교부세 조정 및 교부금 개편에도 불구하고 지방과 교육 재정에 대한 지원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혹시나 재정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아울러 지방우대원칙 하에 기금을 통해 더 많은 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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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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