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현장 불안이 퍼지자 당정이 후속 대책을 꺼내들었다. 조사 초점이 투기 단속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 골자다. 투기성 농지 취득은 법대로 처분하되 상속·고령농 농지와 관행적 임대차는 제도권에 끌어들인다.
투기 목적이 아닌 위반 사례까지 처단하지 않도록 특별조치법도 연내 만든다. 현행 농지법에는 처분을 미루거나 사후에 바로잡을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농지은행 매입과 농지연금 예산도 국회 심의 과정에서 늘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오전 당정협의회에서 농지 전수조사 추진 상황과 향후 조치계획을 논의하고 이 같은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헌법상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따라 농지 소유·이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기본조사를 마치고 8월부터 현장 확인 중심의 심층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전수조사와 후속 조치의 핵심 쟁점은 투기 여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반발이 확산되자 "명확한 부동산 투기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관행적인 임대차나 미경작 농지까지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퍼져나갔다. 최근 농지법 개정으로 법 위반 농지에 대한 농지처분명령이 지방정부의 재량에서 의무 규정으로 바뀐 점도 우려를 키웠다.
농촌 현실에선 농지 소유자와 실제 경작자가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도시로 나간 자녀에게 농지를 증여한 뒤 부모가 계속 농사를 짓거나, 고령으로 직접 경작하지 못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단순히 실경작 여부만으로 처분 대상을 가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농지 취득 당시 영농 의사가 있었는지, 농지취득자격증명 과정에서 허위·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취득 이후 농지를 어떻게 이용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다는 것이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업정책관은 지난 18일 후속 대책 백브리핑에서 "각종 정황을 종합해 행정처분을 내리게 되고 이후 각 지방정부에서 청문 절차를 거치게 된다"며 "청문 과정에서 당사자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처분이 철회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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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는 전형적인 농지 투기 유형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 영농계획서를 제출해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경우 △경매 등을 통해 농지의 공유지분만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등 세 가지다.
반면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임대차는 곧바로 처분하지 않는다. 먼저 직접 경작하거나 적법한 임대로 전환할 수 있는 자진 정비기간을 준다. 정비가 어렵다면 농지은행을 통해 임대차 관계를 정상화해 처분의무를 유예한다.
농업인끼리 편의상 농지를 바꿔 경작하거나 부모가 자녀에게 농지를 증여한 뒤에도 계속 농사를 짓는 경우, 여러 농가의 농지를 한 사람이 모아 경작하는 경우 등이 대상이다. 소유자가 농지은행에 농지를 맡기면 기존 실경작자에게 우선 임대해 경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
상속·이농 농지도 농지은행을 통해 정비한다. 상속·이농자가 소유한 농지 가운데 1㏊를 초과하는 부분은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할 수 있다. 미등기 상속 등으로 소유자가 불분명한 농지는 재산세 납부자 등이 대표로 위탁한 뒤 실경작자가 임차하도록 한다.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은 올해 11월 15일까지 연장한다. 이 기간 농지은행에 임대 위탁해 관행적 임대차를 정상화하면 보완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문제는 투기 목적이 아닌 위반을 정상화하려 해도 현행 농지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에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위반에 대해 처분을 경감하거나 유예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별조치법을 올해 안에 마련해 국회 의결까지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1분기 특별법을 시행해 위반 유형별 세부 조치에 들어간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농촌 현실과 현행 농지제도 간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농지법 개정도 병행한다. 상속·고령화와 관행적 임대차 등 농촌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을 손질해 내년 2분기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불법 전용 농지에 대해서도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양성화를 추진한다. 농업진흥지역 훼손 등 중대한 위반이 아니라면 정상적인 전용 절차를 거쳤을 때 설치가 가능했던 시설에 대해 사후 신청을 받는다. 요건을 충족하면 농지보전부담금을 부과한 뒤 추인한다.
농지은행의 역할 확대에 맞춰 관련 예산도 늘린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농지 매입과 유휴농지 복구, 농지연금 관련 예산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에서 확보한 농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향후 농지정책에 활용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현장에서 많은 농업인들의 의견을 들었고 농지 전수조사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를 원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사후 조치 방안을 마련했다"며 "선의의 농업인·국민들에게 불이익·불편이 없도록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