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나이프' 설경구, 이토록 섹시한 58세

'하이퍼나이프' 설경구, 이토록 섹시한 58세

한수진 ize 기자
2025.04.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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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나이프' 설경구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하이퍼나이프' 설경구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천명을 넘긴 배우에게 '섹시하다'는 말이 붙는 경우는 드물다. 설경구는 그 예외에 놓인 배우다. 깊이를 더해가는 주름과 서사가 응축된 눈빛, 절제된 몸짓과 정교한 목소리. 자극적인 과시 없이도 뚜렷하게 드러나는 이 관능은, 어느덧 설경구를 중년의 섹시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길복순'에서 주목받았던 그 섹시함은, 디즈니+ '하이퍼나이프'에서 절정을 맞는다.

설경구는 '하이퍼나이프'에서 세계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 최덕희를 연기한다. 신의 손이라 불릴 만큼의 뛰어난 수술 실력을 지녔지만, 인간관계에서는 비정할 만큼 냉혹하다. 특히 자신을 닮은 제자 정세옥(박은빈)을 스스로 내쳐야 했던 복잡한 관계 안에서 이성과 충동을 매 순간 저울질한다. 겉으로는 침착하지만, 내면은 광분하는. 설경구는 이 이중적인 캐릭터를 조용한 폭발로 표현한다. 목소리 하나, 시선의 각도 하나에 응축된 감정이 서사를 휘감는다.

덕희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살인도 가능하다. 대신 말없이 행하고, 차갑게 움직인다. 이 절제의 끝에서 나오는 잔혹한 결단력은, 때로 말보다 더 관능적으로 다가온다. 메스를 쥔 손끝보다 더 날카로운 눈빛, 살의를 숨긴 정적 속의 무게. 설경구는 이 모든 것을 과장 없이, 무너짐 없이 보여준다.

'하이퍼나이프' 설경구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하이퍼나이프' 설경구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박은빈이 연기한 세옥이 충동으로 날뛰며 극을 몰고 간다면, 설경구의 덕희는 철저한 제어로 반대편에 선다. 둘은 마치 서로를 반사하는 거울처럼 서로의 불안을 비추고 균열을 만들어낸다. 이 대조 속에서 설경구의 연기는 더욱 선명해진다. 그는 조용한 방식으로 긴장감을 주도하고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떠오른다. 단단한 중심이자 위협적인 불씨로. 그리고 그 조용한 에너지 속에서 느껴지는 응축된 욕망과 절제된 본능은 섹시하다고 느껴지는 묵직한 관능으로 이어진다.

중년의 배우가 섹시하다는 것은, 단순히 외형을 넘어선 존재감에 대한 찬사다. 설경구는 바로 그 지점에서 독보적이다. 그의 섹시함은 표정에 있고, 절제에 있고, 감정을 참는 방식에 있다. 스스로의 무게를 알고, 그 무게로 상대를 압도하는 배우. 박병은이 "함께 연기하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 말하고, 박은빈이 "든든하고 감사했다"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박하사탕'의 무너진 청춘, '오아시스'의 순애적 사랑, '실미도'의 비극적 사명감, '불한당'의 양가적 욕망, 그리고 '길복순'의 위태로운 경계까지. 그렇게 쌓인 내공은 어느덧 그를 '지천명 아이돌'이라 불리게 했다. 단지 외모나 이미지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통과한 이만이 가질 수 있는 농축된 존재감이자, 세월을 내면화한 배우만이 뿜어낼 수 있는 서사의 무게다. 설경구는 지금, 삶의 무게를 이고 진 관능(섹시) 한복판에서 서사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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