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탁류'와 '보스'를 완성하는 익살의 품격

박지환, '탁류'와 '보스'를 완성하는 익살의 품격

한수진 기자
2025.10.09 11:00
'탁류' 박지환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탁류' 박지환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 사람 아주 작지만 선한 마음이 있어."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탁류' 5회에서 박무덕(박지환)의 아내 작은애(오경화)는 남편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남편의 배포를 아는 작은애는 그가 마포나루 왈패의 엄지가 되자 그의 수하 장시율(로운)에게 이같이 말한다.

남다른 싸움 실력을 지닌 시율은 무덕에게 책을 잡혀 그의 편에 서지만, 끝내는 무덕의 사람이 된다. 억지로 맺어진 관계가 진심으로 변하는 순간, 비로소 무덕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작지만 선한 마음이란 거창한 덕목이 아니다. 그저 밥을 나누고 남의 고통을 모른 척하지 않는 마음이다. 무덕은 세상 밑바닥에서 그런 마음을 지켜낸 사람이다.

박지환은 그 미세한 결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욕설 사이에서도 눈빛을 낮춘다. 거칠지만 불안하고, 틱틱대지만 따뜻하다. 그의 연기에는 힘보다 체온이 남는다.

박지환의 무덕은 '탁류' 속에서 인간의 바닥을 보여주지만 그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의 얼굴을 함께 보여준다. 작은 선의 잔여, 그것이 그가 연기하는 무덕의 전부이자 배우 박지환이 만들어내는 인간의 깊이다.

'탁류' 박지환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탁류' 박지환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박무덕의 분투는 결국 그가 가진 작지만 선한 마음의 증거이기도 하다. 세상과 맞서며 거칠게 살아온 사내가 끝내 지키려 한 건, 힘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미련이다. 박지환은 이 미묘한 균열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살벌한 욕설 뒤에 따라붙는 찰나의 동요, 분노로 치켜뜬 눈동자 속의 흔들림. 그는 악인으로 그려지는 무덕의 삶에 인간의 온도를 채워 넣는다.

'탁류'가 보여주는 것은 오염된 세상보다 그 속에서도 완전히 썩지 않는 마음이다. 박지환은 그 마음의 잔여를 가장 정확하게 붙잡는 배우다. 그는 무덕을 단죄하지 않고 이해하려 한다. 세상의 흐름에 떠밀려도 끝내 누군가의 손을 잡을 줄 아는 인간으로. 그의 연기는 그래서 거칠지만 오래 남는다.

그 사이사이 내비치는 그의 전매특허 익살스러운 연기로 '탁류'의 재미를 더한다. 냉혹한 왈패의 얼굴 뒤로 번쩍이는 위트는, 박지환이 지닌 고유의 결이다. 무덕의 욕설은 때로 농담처럼 흘러나오고 분노의 기세 속에서도 순간적으로 피어나는 익살은 이 인물이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웃음과 비애, 위세와 처연함이 뒤섞인 그 표정 안에서 '탁류'의 인간미가 비로소 살아난다.

'보스' 박지환 / 사진= (주)하이브미디어코프
'보스' 박지환 / 사진=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이런 연기의 균형감은 스크린에서도 빛을 발한다. 개봉 직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영화 '보스'에서 박지환은 넘버 3 판호로 분했다. 보스 자리를 꿈꾸지만 후보조차 되지 못하는 인물, 그 어리숙함 속에 감춰진 욕망을 그는 특유의 리듬감 있는 연기로 그려냈다. 짠내와 웃음이 공존하는 판호의 세계는 결국 박지환의 얼굴 위에서 완성된다.

그는 진지함보다 유머를, 과장보다 생기를 택하는 배우다. 웃음을 연기하되 결코 가볍지 않다. 박지환의 웃음에는 늘 체온이 있다. 그 안에는 실패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고, 살아남으려는 의지와 사람을 향한 시선이 공존한다. 그 모든 감정의 결이 모여 그를 '익살스러운 연기의 보스'로 만든다. 박지환은 그렇게 웃음으로 인간을 이해시키고 삶의 품격을 증명하는 배우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