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죽였다' 이유미 "캐릭터와 나 분리..둘 다 지킬 수 있어" [인터뷰]

'당신이 죽였다' 이유미 "캐릭터와 나 분리..둘 다 지킬 수 있어" [인터뷰]

이덕행 기자
2025.11.16 07:30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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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과 살인을 소재로 한 '당신이 죽였다'에서 내적으로 외적으로 가장 많은 고통을 받은건 배우 이유미가 연기한 희수 였다. 자칫 배우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유미는 철저하게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자신의 가장 연약한 모습을 통해 단단함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당신이 죽였다'(연출 이정림, 극본 김효정)는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두 여자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은수(전소니)의 친구이자 폭력의 수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희수 역을 맡은 이유미는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나섰다. 주변 반응을 찾아보고 있다는 이유미는 희수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를 비롯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왔다.

"많은 분들이 진표(장승조)에게 화를 내주시더라고요. 희수였던 사람으로서 화를 내주시니까 위로받는 것 같아 기분 좋게 읽었어요."

'당신이 죽였다'가 전면에 내세운 소재는 가정폭력과 살인. 표현하기 상당히 민감하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소재다. 이유미 역시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고민 끝에 작품을 수락했다.

"처음 읽었을 때 조심스러웠어요. 감히 표현할 수 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어요. 그동안 맡은 캐릭터가 아픔이 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그게 주제화되다보니 선뜻 어렵고 걱정스럽기도 했어요. 감독님께서 시가 적힌 손편지를 써주셨는데 그걸 받고 희수를 이해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제가 연기함으로써 구원해나간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가정 폭력과 살인이라는 두 소재의 중심에 있는 희수는 유독 감정적으로 힘든 장면이 많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희수의 심리에는 불안감이 존재하다 보니 촬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감정적으로 극에 달하는 신이 많아서 표현하기 힘들었어요. 희수를 연기할 때 항상 쉬운 느낌은 없었어요. 감정적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모든 신에 불안감이 존재하다 보니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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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수는 한때 촉망받는 화가이자 동화 작가였지만, 남편에 의해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던 중 은수와 함께 남편을 죽이는 계획을 실행하게 된다. 이유미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희수라는 인물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하기로 마음 먹고 감독님이 가정 폭력 사례집 같은 책을 주셨어요. 읽으면서 화도 많이 내고 관련 기사도 많이 봤어요. 감독님은 가정폭력 관련 수업도 들었는데 그때의 이야기도 나눴어요. 그러면서 더 이해하고 희수라는 인물을 만들었어요."

그렇지만 간접적인 경험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유미는 시나리오 속 팩트를 기반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살을 붙여나갔다고 밝혔다.

"실제로는 경험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팩트에 많이 집중했어요. 시나리오 안에서 알 수 있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캐릭터에 접근해서 상상을 많이 했어요. 화면에 보이지 않는 희수의 백스토리, 이 일이 있고나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가족은 어땠을까, 하나하나 물어보고 상상하면서 캐릭터를만들어갔어요."

꾸준히 상상을 통해 캐릭터를 구축했지만, 촬영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감정을 마주하기도 한다. 이유미는 아랫집 이웃과 만나는 장면에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제가 생각했던 감정의 흐름에서 달라지기도 하고 비슷하기도 하는데, 새로웠던 게 하나 있어요. 희수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다가 아랫집 아주머니가 제가 맞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말씀하잖아요. 저는 그 순간의 감정이 뭘지 상상을 못했어요. 고마울까? 싫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그 말을 들으니 울컥하면서 창피하더라고요. '창피함'은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업고 상상할 수 없던 단어였어요. 그리고 감사함, 고마움, 민망함이 밀려오는 걸 느끼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는 구나 싶었어요."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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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퀭하고 초췌한 모습이 더해지며 이유미 만의 희수가 완성됐다. 이유미는 평소 41~42kg지만 작품을 위해 37kg까지 감량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외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을 얻고 싶었어요. 잠이 항상 부족하다 보니 이 때다 싶어서 잠을 많이 자면서 감량했어요. 촬영할 때도 자주 먹는 편이 아니라 살이 빠지기도 하더라고요."

앞서 말한 것처럼 상처받고 소외된 캐릭터를 많은 경우가 많았던 이유미. 일부 사람들은 자칫 캐릭터에 동화되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유미는 배역과 자신을 분명하게 구분지었다고 강조했다.

"작품 속 희수와 현장의 이유미를 더 분명하게 분리해서 임했던 것 같아요. 희수로서 일상을 살면 너무 과몰입해서 실수가 나올 것 같더라고요. 이유미로서도 존재하고, 희수로서도 존재하는 시간을 나눠서 저도 지키고 희수라는 캐릭터도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의식적으로 떨쳐내려한 것은 아니었다. 이유미는 평소에도 그런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성격이라며 "오히려 좋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캐릭터를 분리하는 것과 온오프 스위치를 켜듯 바꾸는 건 다른 것 같아요. 나쁜 모습이라고 해야할지, 그런 모습들이 군데군데 박혀있지만 결국 제 안에서 시작된 거니 떨쳐내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제가 그런 쪽으로는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라서 좋은 현상인 것 같아요."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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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희수와 이유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유미는 불안함이라는 측면에서는 닮아 있다면서도 이를 털어내는 속도가 다르다고 밝혔다.

"제 모습 중 가장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다보니 불안해하는 모습이 저와 닮은 것 같아요. 특히 배우라는 직업이 모든 게 보장되어 있지 않다 보니 어릴 때부터 그 불안감을 가져왔어요. 그래도 저는 그 불안감을 빨리 잊고 오래 가지고 있지 않으려고 해요. 하루 정도는 심하게 느끼고 다음날부터는 괜찮아지더라고요. 일부러 떨쳐내려고 하면 달라붙는 느낌이라 실컷 느끼고 보내주는 느낌이에요."

자신의 가장 연약한 모습을 바탕으로 희수를 빚어낸 이유미는 그렇기 때문에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고도 밝혔다.

"희수를 하기로 마음 먹은 순간부터 이 친구를 잘 쌓아가고 잘 서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보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를 드리고 싶었거든요. 저 역시 성장한 느낌이 강해요. 물론 모든 캐릭터를 통해 성장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단단함이 어떤건 지 느꼈어요."

'당신이 죽였다'는 가정폭력의 가해자뿐만 아니라 방관자, 묵인하는 사람들에 대한 메시지도 담고 있다. 이유미는 이러한 관점에서의 메시지와 함께 관전포인트를 소개하며 작품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1화는 은수, 2화는 희수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인데, 어떤 시선에서 극을 바라보냐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이에요. 두 캐릭터를 보다보면 응원을 하게 되는데 마지막이 어떨 지 궁금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또한 보시는 분들이 스스로에 대해서도 돌아보고 내 주변을 좀 더 궁금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어요. 저도 처음 읽으면서 저를 되돌아보고 주변을 보게 됐는데 이 마음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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