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호평에 개봉전 예매율 40% 넘는 초대형 대박작 탄상 예감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
(영화 '휴민트'에서 채선화(신세경)가 무대에서 부르는 패티김의 ‘이별’ 중에서)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이 돌아왔다. 어쩌다 생각이 나던, 냉정한 액션으로 무장한 류승완 감독의 귀환이다. ‘군함도’, ‘모가디슈’의 비장함과 ‘베테랑’, ‘밀수’의 유머는 말끔하게 걷어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액션’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 가슴 시린 사랑을 얹어 눈뿐만 아니라 관객의 심장까지 공격한다. 덕분에 설날 황금 연휴를 앞두고 정말 재미있는 영화가 탄생했다. 그 이름은 ‘휴민트’, 그간 힘들었던 극장가에 숨통을 틔워줄 구세주의 등장이다.
이번 ‘휴민트’는 감독의 전작 ‘베를린’과 세계관에서 이어진다. 당장 ‘표종성’의 하정우, ‘련정희’의 전지현의 과거를 직접 언급하며, ‘베를린’을 본 관객에게 재미 요소를 선사한다. 하지만 이는 작은 서비스 신에 불과하다. 어쩌면 감독은 ‘베를린’에서 못 다 했던 이야기를 이번 ‘휴민트’에서 마저 풀어낸 게 아닌가 싶다. 전작의 이름을 꺼내 드는 것에 대해 고민도 깊었을 터, 그만큼 류 감독이 전작과 신작의 세계관을 이어가는 방법은 제법 섬세하고, 세련됐다.

단순히 서사의 연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 캐릭터와 정서, 메시지를 통해 세계관을 공유한다. 우선 캐릭터 구조를 일치시켰다. 국정원 1명과 북한공작원 커플이다. 세 사람이 전작과 공유하는 감정은 결국 ‘사랑’이다. ‘조 과장’(조인성)은 휴민트(정보원)를 향한 연민과 휴머니즘을 가졌다. 그리고 ‘박건’(박정민)과 ‘채선화’(신세경)는 국가의 사정도 막지 못할 지고지순한 순애보를 품었다.
신세경이 부르는 패티김의 ‘이별’은 그 감정의 표현이다. 노래는 바늘이 되어 ‘베를린’과 ‘휴민트’를 하나로 실로 꿰어낸다. ‘베를린’은 표종성의 시점에서 그려졌던 만큼 아내 련정희의 감정 표현이 드물었다. 신세경의 처연하고 슬픈 표정을 보노라면, ‘베를린’에서 죽어갔던 전지현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련정희가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노래 가사에 담겼다. 신세경과 전지현의 감정이 일치할 때 ‘휴민트’와 ‘베를린’의 세계관이 진정으로 이어진다.
어느덧 관객은 ‘휴민트’의 블라디보스톡에 울려 퍼진 노래가 ‘베를린’의 표종성에 귓가에 닿았기를 소망한다. 다행인 건 박건은 채선화의 노래를 들었다는 것, 하여 관객은 연인을 구하려는 그의 분투를 응원한다. 비극이었던 표종성과 련정희의 과거를 넘어 박건과 채선화의 순애가 이뤄지길 바란다. 그때부터 남과 북이라는 사정은 중요치 않다. 사람을 구하려는 인류애와 연인을 구하려는 애절함이 일치할 때 조 과정과 박건의 브로맨스도 피어난다. 남과 북이 하나되는 동포애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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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는 단순히 ‘베를린’과 세계관을 이어가는 작품이 아니다. 13년이라는 간극 동안 류승완 감독의 발전과 변화가 그려낸 완전판이다. 특히 채선화의 존재는 퍼즐을 완성하는 조각이다. 표종성의 감정이 모든 것을 삼켜버렸던 ‘베를린’과 달리 ‘휴민트’는 신세경의 감정이 모든 것을 살린다. 채선화를 중심으로 조 과장과 박건의 서사가 자연스럽게 앙상블을 이룬다. 특별한 감정선을 표출하지 않아도 채선화를 둘러싼 두 남자의 사정이 흘러가듯 완성된다.
덕분에 조인성과 박정민은 액션에 집중할 수 있다. 류승완 전매특허의 시작이다. 이번 작품에 멜로 서사에 힘을 줄 수 있던 것도 액션에 대한 자신이 있기 때문일 터다. ‘휴민트’는 작심한 듯 액션에 자비를 두지 않는다. 시각적인 자극과 과한 연출을 접어 뒀음에도 긴박감이 넘쳐난다. 맨몸과 총기 액션의 적절한 배분도 훌륭하다. 특히 긴급한 상황에서 총알을 장전하거나 바리게이트를 사용하는 장면은 현실 고증도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빌런이다.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로 대표되는 류승완 표 빌런 계보에 ‘황치성’(박해준)이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의 따뜻했던 ‘관식’이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나아가 ‘양아치’를 그려낸데 탁월한 장기를 발휘하는 만큼 ‘금태’(이신기)를 비롯한 북한 공작조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분량이 많지 않은데도, 그 비열한 인상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러시아 마피아 보스의 액션 역시 상당히 묵직하다.

모처럼 재미에 집중한 장르 영화가 나왔으니 ‘휴민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검증된 IP가 흥행으로 귀결되는 최근 극장가다. 하여 후속작까지 제작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조 과장’과 국정원만 건재하다면 불가능한 희망은 아니다. 또한 조 과장의 매력적인 독방신으로 영화의 수미상관을 지킨 것도 이런 기대감을 키운다. ‘휴민트2’의 시작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장면이다. 그리기 위해서는 ‘휴민트’의 흥행이 선결 과제일 터, 그를 위한 남북의 첩보 작전이 얼마나 성공할지 관심이 주목된다.
영화 ‘휴민트’는 오는 11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
권구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