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두아', 값비싼 보석도 대체 못할 신혜선의 '명품' 연기

'레이디 두아', 값비싼 보석도 대체 못할 신혜선의 '명품' 연기

정유미(칼럼니스트) 기자
2026.02.16 14:00

가짜와 진짜 경계선상 무너진 세상에서 진실 찾는 미스터리 추적극

레이디 두아는 신혜선과 이준혁이 출연한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로, 살인 사건과 명품 사기, 신분 세탁 등의 범죄 소재를 다루며 한 여성의 인생 변화 과정을 추적합니다. 드라마는 사라 킴이라는 인물의 정체를 둘러싼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탐구하며, 형사와 용의자 간의 심문 대결을 중심으로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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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두아’, 당신의 진짜 이름은?

‘레이디 두아’는 화제성과 대중성을 고루 잡은 드라마다. ‘비밀의 숲’에서 선후배 검사로 호흡을 맞췄던 신혜선과 이준혁이 이번에는 용의자와 형사로 다시 만났고, ‘인간수업’과 ‘마이네임’ 등 장르 연출에 강한 김진민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도 기대를 높인다.

명품이 되고 싶었던 한 여자의 욕망을 따라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살인 사건과 명품 사기, 신분 세탁 등 범죄 소재가 시청자를 붙든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진짜 재미는 범죄의 자극성보다 한 여성이 자기 인생을 어떻게 뒤바꾸려 했는가에 있다. 정주행으로 달리는 쾌감도 분명하고, 마지막에 허무하게 무너지는 실수도 범하지 않는다.

청담동 한복판 하수구에서 안면이 함몰된 여성 시신이 명품백과 함께 발견된다. 여성의 이름은 ‘사라 킴’으로 추정되지만 지문 조회가 되지 않아 정확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 사건을 맡은 강력수사대 팀장 박무경(이준혁)은 증인들을 만나며 베일에 싸인 사라 킴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이엔드 브랜드 ‘부두아’의 지사장 사라 킴(신혜선)은 과연 누구일까. 그의 정체를 알아갈수록 무경은 혼란에 빠진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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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두아’는 ‘사라 킴을 누가 죽였을까’라는 범인 찾기로 출발한다.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통해 사라 킴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밝히는 과정이 흥미롭다. 처음에는 사기꾼으로만 보였던 사라 킴이 어떤 계기로 명품 세계에 발을 들였는지, 누구를 이용하고 누구에게 접근했는지, ‘부두아’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냈는지가 하나씩 드러난다. 여기에 사라 킴을 사칭하는 인물까지 등장하면서 누가 진짜 사라 킴이고 누가 가짜인지 판단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사라 킴은 정말 한 사람일까.

‘레이디 두아’의 에피소드 제목은 모두 이름과 관련돼 있다. 무명녀, 사라 킴, 목가희, 김은재, 부두아, 무적자, 김미정 그리고 레이디 두아까지. 드라마를 보다 보면 사라 킴의 본명처럼 보이는 이름들이 여럿 등장하지만, 시청자는 끝내 그의 진짜 이름을 알 수 없다. 사라 킴은 과거에 ‘두아’라는 가명을 쓰기도 했고, 자신의 이름을 철저히 지운 채 ‘부두아’라는 브랜드로 스스로를 증명하고자 한다. 그에게 이름은 정체성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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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두아’의 관전 포인트는 용의자 사라 킴과 그의 자백을 끌어내려는 형사 무경의 심문 대결 장면들이다. 증거와 증인을 들이미는 무경에게 사라 킴은 매번 차분하고 논리정연한 태도로 응수한다. 심지어 무경을 완전범죄의 퍼즐로 이용하려는 계획까지 세운, 극도로 주도면밀한 인물이다. 두 사람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채 상대가 놓은 덫을 피해 나가고, 이 조용한 심리전이 극의 긴장감을 밀도 있게 끌어올린다.

‘레이디 두아’는 신혜선의 연기 열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완 좋은 사업가인지, 영악한 사기꾼 범죄자인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사라 킴부터 신분을 바꾸면서 거쳐 온 인물들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연기해 낸다. 이 드라마에서 진짜 명품은 신혜선의 연기다. 욕망에 깊이 잠식돼 자신조차 무엇이 거짓이고 진실인지 헷갈리는 사라 킴의 공허한 표정, 상대를 현혹하는 조근조근한 말투는 치밀한 계산과 조율한 끝에 완성된 고도의 연기다. 후반부로 갈수록 극강에 달하는 신혜선의 연기는 이 드라마의 가장 확실한 설득력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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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킴의 정체와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7화와 8화는 베스트 에피소드로 꼽을 만하다. 드라마가 힘을 잃지 않고 후반부로 갈수록 추리극의 묘미와 메시지를 밀어붙이며 만족감을 주지만, 연출 면에서는 아쉬움도 남는다. 특정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 구성은 ‘진짜와 가짜’라는 드라마의 핵심 주제를 다소 퇴색시킨다. 특히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수중 장면은 이미 여러 드라마에서 소비된 장치다. 또한 무경의 팀원 캐릭터들이 사건을 설명에 머물고 기능적으로 소비되면서 무경 캐릭터의 영역이 충분히 확장되지 못한다.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데 가짜라고 볼 수 있나요?” ‘레이디 두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대사는 사라 킴의 자기합리화처럼 들린다. 그렇다면 이 질문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진짜와 가짜,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드라마는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미 진짜와 가짜의 구별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레이디 두아’는 진실과 거짓 중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시청자에게 묻는다.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다음 대사를 어떻게 써 나갈지는 결국 각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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