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병', '폭군의 셰프' 잇는 짬밥의 맛…안방 뒤집은 박지훈의 쿡방 [드라마 쪼개보기]

'취사병', '폭군의 셰프' 잇는 짬밥의 맛…안방 뒤집은 박지훈의 쿡방 [드라마 쪼개보기]

한수진 ize 기자
2026.05.14 10:58

도파민 터지는 유쾌한 짬밥 유니버스
곤룡포 벗고 앞치마 두른 박지훈, 영리한 연기 변주
윤경호·이상이·이홍내 등 명품 조연들의 빈틈없는 앙상블

박지훈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이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 곤룡포를 벗고 앞치마를 두른 취사병 강성재 역으로 연기 변주를 선보였다. 이 드라마는 폐쇄적인 군대 배경에 '게임 판타지' 요소를 결합하여 강성재가 퀘스트를 수행하며 레벨업하는 과정을 그렸다. 윤경호, 이상이, 이홍내 등 명품 조연들의 활약과 함께 독특한 설정과 과장된 연출로 시청자들에게 쾌감과 웃음을 선사하며 방영 이틀 만에 티빙 실시간 1위를 기록했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 사진=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 사진=티빙

천만 배우의 차기작은 보통 잔뜩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전작의 묵직한 성공을 증명하려다 도리어 스텝이 꼬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올해 초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비운의 왕 단종 역을 맡아 무려 1,600만 관객의 눈물샘을 쏙 빼놓았던 박지훈의 다음 행보 역시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이 영리한 배우는 대중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듯 무거운 곤룡포를 벗어 던지고 각 잡힌 군복 위에 엉뚱하게 앞치마를 둘렀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서다. 그렇게 박지훈의 통통 튀는 변주와 함께 '월요병'을 퇴치하는 도파민 제대로 도는 기상천외한 '짬밥 유니버스'의 포문을 열었다.

폐쇄적이고 위계가 분명한 군대라는 공간은 한국 드라마에서 꽤 익숙한 배경이다. 하지만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이 경직되고 굳건한 공간에 '게임 판타지'라는 이질적인 소스를 거침없이 들이붓는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 사진=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 사진=티빙

최우수 훈련병으로 입소해 한껏 긴장한 이등병 강성재(박지훈)의 눈앞에 갑자기 "환영합니다, 용사님"이라는 미지의 음성과 함께 투명한 퀘스트 창이 뜬다. 어머니가 푸드트럭을 한다는 얄팍한 이유 하나로 얼떨결에 취사병에 낙점된 그는 '식재료 정리하기', '요리사의 눈' 같은 기상천외한 스킬을 획득하며 강제 레벨업에 돌입한다.

이 드라마의 쾌감은 바로 이 지점에서 폭발한다. 군대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척박한 세계와, 시스템의 지시를 따르는 롤플레잉 게임의 문법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그 자체로 훌륭한 시트콤이 된다. 각 잡힌 군대 안에서 나 홀로 미션 임무를 수행하는 아기 취사병의 고군분투는 묘한 카타르시스와 뻘한 웃음을 동시에 안긴다.

미식(美食)을 다루는 쿡방의 핵심은 결국 맛을 시각화하는 과정이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이 과정에서 짐짓 tvN의 히트작 '폭군의 셰프'가 보여줬던 만화적 리액션의 문법을 차용해 감칠맛을 극대화한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 사진=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 사진=티빙

2화에서 행정보급관 박재영(윤경호)이 성재가 끓인 콩나물국을 한 숟갈 뜨는 순간, 드라마는 갑자기 누아르 장르로 급발진한다. 트렌치코트 자락을 펄럭이며 쌍권총을 난사하는 재영의 상상 신과 "요것이야말로 진정한 짬밥의 승리 아니겄냐"는 황홀한 포효는 B급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첫 요리였던 성게알 미역국을 먹은 대대장 백춘익(정웅인)이 목을 부여잡고 쓰러지는 1화의 충격 엔딩 역시 마찬가지다. 음식이 사건을 촉발하고, 그 맛이 인물의 세계관을 일순간 붕괴시키는 과장된 연출은 황당함과 쾌감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웃음의 방아쇠를 당긴다.

독특한 설정이 공중분해 되지 않고 지상에 발을 붙이게 만드는 것은 100% 배우들의 몫이다. 박지훈은 전작의 처연함을 흔적도 없이 지워내고 혼돈 속에서도 어떻게든 까라면 까야 하는 군인의 처지와 갓 스킬을 얻은 요리사의 재능을 능청스럽게 오간다. 그가 빚어내는 선하고 단단한 중심은 극의 든든한 뼈대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 사진=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스틸 컷 / 사진=티빙

여기에 가세한 조연들의 활약은 가히 '미친 폼'에 가깝다. 특히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사실상 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대장 황석호 역의 이상이는 압권이다. "특별출연임에도 찍다 보니 분량이 늘어나 여기까지 왔다"는 제작발표회 속 그의 너스레가 단박에 납득될 만큼 극의 텐션을 쥐락펴락하는 대체 불가한 존재감이다.

특유의 익살과 꼰대스러움을 오가는 윤경호의 희극 감각은 말할 것도 없고, 거친 외모와 달리 말년 병장의 여유와 따뜻함으로 성재를 품어주는 윤동현 역의 이홍내 역시 매력적이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강림소초의 왁자지껄한 텐션은 빈틈이 없다.

방영 이틀 만에 티빙 실시간 1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갈아 치운 기세가 심상치 않다.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뻔할 수 있는 군대 에피소드에 퀘스트와 쿡방이라는 이질적인 재료를 섞어 전에 없던 감칠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

무기력한 일상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군대 같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나만의 '상태창'을 띄우고 삶의 퀘스트를 깨나가는 쾌감. 앞치마를 두른 박지훈의 칼끝이 또 어떤 기상천외한 레시피로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썰어낼지, 이 유쾌한 짬밥 유니버스의 다음 요리가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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