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와 '와일드 씽'으로 스크린 격돌
서늘한 긴장감 원한다면 구교환의 '군체'
숨넘어가는 폭소 원한다면 오정세의 '와일드 씽'

대중문화에는 늘 비교가 따라붙는다. 같은 시간대에 공개되는 작품, 비슷한 위치에 놓인 배우와 가수, 한 장르 안에서 보여주는 다른 선택, 한 인물이 만들어낸 색다른 얼굴까지. 우리는 이미 일상적으로 'VS'를 떠올리며 보고 듣고 말한다. 이 코너는 이런 비교를 출발점 삼아 '차이'가 어떤 재미와 의미를 낳는지를 살핀다. 같은 판에 놓였지만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대상들을 나란히 놓고 각각의 방식과 매력을 면밀히 짚는다. <편집자 주>
배우 구교환과 오정세가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 이어 극장가에서 다시 한번 맞붙는다. 드라마에서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던 두 앙숙의 스크린 '장외 난투극'이다.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에서 서로의 지질한 밑바닥을 들추며 징글징글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고 있는 두 사람. 이번엔 캄캄한 극장가로 자리를 옮겨 전혀 다른 무기로 관객 홀리기에 나섰다. 구교환이 등골 서늘한 미치광이 빌런으로 극장에 에어컨을 튼다면, 오정세는 숨넘어가는 코미디로 관객들의 배꼽을 잡는다.

구교환, 말리기도 무서운 매혹적인 광기
입으로 20년째 영화를 찍으며 남 깎아내리기에 바빴던 '모자무싸'의 지질한 동만은 잊어라. 영화 '군체'에서 구교환이 입은 생물학자 서영철의 가운은 그야말로 소름 그 자체다. 동만이 세상의 무가치함에 상처받아 쉴 새 없이 떠들며 자신을 방어하던 나약한 인간이었다면, 서영철은 둥우리 빌딩에 끔찍한 감염 사태를 일으켜 놓고 세상을 뒤집으려는 창조주를 자처한다.
'군체' 속 구교환은 굳이 관객을 이해시키려 들지 않는다. 속을 알 수 없는 텅 빈 눈동자, 뜬금없이 터져 나오는 섬뜩한 미소는 보는 이들을 옴짝달싹 못 하게 압도한다. 구교환은 자신만의 독특한 엇박자 리듬으로 납득 불가한 미치광이의 텐션을 빚어내며 기꺼이 홀리고픈 매력적인 빌런을 탄생시켰다.

오정세, 웃기다 못해 골 때리는 야생 발라더
'모자무싸'에서 동만의 입방정에 파르르 떨던 예민 보스 경세는 어디 가고 산짐승 냄새 폴폴 나는 사냥꾼이 나타났다. 영화 '와일드 씽'에서 오정세가 연기한 최성곤은 음악방송 39주 연속 2위라는 웃픈 타이틀을 달고 쫓기듯 산속으로 숨어든 비운의 발라드 왕자다. 찰랑이는 장발에 우윳빛깔 피부를 뽐내던 과거는 온데간데없고, 낡은 밀리터리 조끼를 입고 엽총을 든 투박한 자태가 등장부터 폭소를 유발한다.
이 골 때리는 캐릭터의 진가는 마이크를 다시 쥐는 순간 폭발한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 앞에서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헛구역질하면서도 기어코 노래를 악착같이 완창해 내는 오정세의 폼은 그야말로 미쳤다. 한없이 짠한데 도무지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기막힌 상황. 극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그저 서 있기만 해도 웃길 정도다. 코미디의 리듬을 누구보다 찰지게 타는 연기 장인 오정세의 맹렬한 텐션은 스크린을 제대로 뒤집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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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견들의 앙숙 케미, 스크린서 극과 극 캐릭터 열전
지질함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 유치찬란한 말싸움을 벌이던 두 '소형견(?)'들이 본업인 스크린으로 돌아가서는 이토록 거대한 존재감을 뽐낸다. 한 명은 관객의 숨통을 조이는 서스펜스로, 다른 한 명은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는 유쾌한 희극으로 말이다.
'모자무싸'의 단골 술집과 비좁은 단칸방을 벗어나 각자의 주특기를 100% 살려 극장가로 출격한 두 배우. 같은 시기 이 두 앙숙이 빚어내는 극과 극의 매력을 골라 보는 재미야말로 지금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쏠쏠한 특권이다. 서늘한 긴장감에 휩싸이고 싶다면 구교환의 '군체'를, 미친 듯이 웃고 싶다면 오정세의 '와일드 씽'을 보러 가자.
'군체'는 현재 절찬리 상영 중이고, '와일드 씽'은 오는 6월 3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