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샷과 박재범의 적당한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모어비전의 대표 프로듀서 박재범이 4인조 보이그룹 '롱샷'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박재범은 지난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롱샷에 가입할 거다. 그게 처음부터 내 목표였고,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입장문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롱샷 팬덤 내부의 불만이 있다. 롱샷은 박재범이 처음으로 직접 제작한 아이돌 그룹으로, 박재범은 데뷔 초부터 이들을 적극적으로 이끌며 각종 유튜브 콘텐츠와 무대에 함께 섰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이들의 합작 믹스테이프가 발매되면서부터 본격적인 갑론을박이 제기됐다. 음악 방송 무대 등에서 박재범이 중앙에 서서 엔딩 포즈를 장식하자, 일각에서는 "롱샷이 박재범의 들러리 같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오는 9월부터 전개될 롱샷의 월드투어 일정에도 박재범이 함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일부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박재범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롱샷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이건 그들(롱샷)의 커리어 초반에 큰 특권”이라며 “그들에게 커리어가 있는 이유는 내가 그들에게 줄 무언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네가 모르는 일에 대해 말하지 마라”라고 일갈했다.
또한 “다음에는 내가 공식적으로 롱샷에 합류할 것이다. 원래부터 그게 내 목표였다. 그리고 아무도 날 막을 수 없다. 내가 회사 주인이고 이 그룹을 만든 장본인이니까”라고 덧붙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나는 이 바닥에서 20년 동안 해왔다. 누가 더 잘 알겠느냐”라고 여러 차례 되물으며, “방구석 온라인에서 지어내는 그 대단한 소설들, 현실 세계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그러니까 그냥 음악이랑 이 여정 자체를 즐겨라. 그게 싫으면 그냥 관전석에서 구경이나 하든가”라고 팬들을 향해 날 선 충고를 건넸다.
그러면서도 박재범은 “롱샷 멤버들은 나를 존중하고 항상 감사해하며, 나 역시 그들을 존중하고 필요할 때 돌볼 것이다. 우리는 진짜 가족”이라며 굳건한 애정을 강조했다. 물론 그가 실제로 롱샷의 정식 멤버로 합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박재범 역시 12일 "헤이터들에게 농담으로 말한 것"이라며 한발짝 물러났다. 다만 앞으로도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는 변함이 없었다.
사실 유명 가수나 아이돌이 직접 제작한 그룹은 데뷔 전후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하지만 그 관심이 모두 대중적인 규모의 상업적 성공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박재범의 전폭적인 지원은 롱샷에게 단순한 '박재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신인 연차에서는 겪기 힘든 귀중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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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성과도 이를 증명한다. 롱샷의 데뷔 앨범 ’샷 콜러스(SHOT CALLERS)’는 약 5만여 장의 초동(발매일부터 일주일간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특히 데뷔 약 60일 만에 스포티파이 1억 스트리밍을 돌파하며 힙합 아이돌계 신성의 등장을 성공적으로 알렸다.

다만 딜레마는 롱샷 스스로가 내세웠던 정체성에서 발생한다. 이들은 데뷔 전 프로모션 영상에서 기성 아이돌 산업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릴 정도로, 기존의 노선과는 확연히 다를 것임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행보는 파격이라는 수식어에 비해 기존 아이돌의 문법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만약 롱샷이 주창했던 '차별점'이 박재범이라는 거대한 후광 안에 머무르는 것에 불과하다면, 앞으로의 독자적인 활동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롱샷의 행보에 불만이 나온다는 것은 박재범이 아닌 롱샷만을 오롯이 응원하는 팬덤이 어느 정도 굳건히 구축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K팝 시장에서 아이돌과 팬의 관계성은 단순한 기획자의 의도를 넘어 멤버 개인의 주체성과 고유한 서사를 통해 완성된다. 팬들이 박재범의 과도한 개입에 거부감을 표출하는 이면에는, 롱샷 멤버들이 누군가의 그늘에 가려진 존재가 아닌 스스로 무대를 통제하는 주체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하길 바라는 강렬한 열망이 담겨 있다. 이는 롱샷이 제작자의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는 코어 팬덤을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언제까지나 '박재범의 아이돌'로 남을 수는 없다.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사례는 아닐지라도, 현재 롱샷과 박재범의 관계는 야구계의 전설 이종범과 그의 아들 이정후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이정후는 데뷔 시절 '이종범 아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평가받았지만, 끊임없는 증명과 실력으로 KBO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했고 현재 해외 무대에서도 맹활약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제 대중은 그를 '이종범의 아들'이 아닌, 이종범을 '이정후의 아빠'로 부른다.
롱샷 역시 박재범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롱샷이 '박재범 아이돌'에 머물지 않고, 훗날 박재범이 당당히 '롱샷 사장'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이제 서서히 아름다운 거리를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