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매 서진·서인 1인 2역 도전
"초점 흐리는 동공 연습하다 두통까지"
"고전 스릴러의 길 잘 따라간 작품"

배우 신민아가 익숙한 사랑스러움을 걷어내고 불안과 공포, 죄책감이 뒤엉킨 얼굴로 스크린을 채운다. 같은 얼굴을 지녔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쌍둥이 자매를 오가며 보이지 않는 존재의 위협과 맞서 영화 '눈동자'를 이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눈동자'는 유전병으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사진작가 서진이 쌍둥이 동생 서인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파헤치다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신민아는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흔들리는 서진, 먼저 시력을 잃었지만 도예가로 성공한 서인을 동시에 연기했다. 극의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는 그는 시선과 호흡, 목소리의 미세한 차이까지 활용해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완성했다.
"사실 제 영화를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려워요. 제 연기를 나노 단위로 보게 되고 또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공식 석상에서 어느 부분까지 말해도 될지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 떨어져서 보지 못하죠. 그래도 정통 스릴러 문법 안에서 의심의 방향을 잘 비틀었다고 생각해요. 범인 같지 않은 사람이 범인일 수도 있고, 범인처럼 보이는 사람을 의심하다가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면서 판단이 흔들리는 그런 지점이요. 그런 것들을 잘 꼬아 만든 것 같아요."
신민아를 '눈동자'로 이끈 건 장르적 설정보다 서진과 서인 사이에 흐르는 복합적인 감정이다.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의지하지만 예술가로서 비교될 수밖에 없는 자매의 관계에는 보호와 부담, 동경과 질투가 함께 존재한다.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는 서진의 절박함 역시 단순한 자매애가 아니라 살아 있을 때 전하지 못한 마음과 죄책감에서 출발한다.
"1인 2역도 저에게는 도전이었지만 서진과 서인의 관계에서 느껴지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서진은 앞을 보지 못하는 서인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감을 느끼고, 같은 예술가로서 유망한 작가가 된 동생을 바라보며 복잡한 마음을 품고 있었을 거로 봤어요. 그러다 서인의 죽음 앞에서 매우 큰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요. 스릴러 장치로는 누군가에게 쫓기면서 점점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압박감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졌어요.”

서진과 서인은 일란성 쌍둥이라는 외형적 공통점 외에는 예술을 대하는 방식부터 삶을 감당하는 태도까지 다른 인물이다. 신민아는 두 사람을 단순히 성격이 다른 자매가 아닌 각각 별개의 작품에 존재하는 인물처럼 바라봤다. 서인에게는 상대적으로 순수하고 여린 동생의 정서를, 서진에게는 생계와 책임을 짊어진 언니의 단단함을 부여했다.
"두 사람은 얼굴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서인은 먼저 시력을 잃었지만 수술받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예술을 이어가는 순수함이 있어요. 언니에게 자신이 짐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동생 같은 느낌도 있고요. 반면 서진은 직업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고 동생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을 안고 있어요. 서인을 보호하면서도 그가 가진 예술적 재능을 바라보는 복잡한 마음까지 품은 언니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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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인물을 연기하며 크게 느낀 난관은 자신이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대사를 미리 촬영한 뒤 보이지 않는 상대의 호흡을 상상하며 반응해야 했고, 같은 장면 안에서도 의상과 분장을 바꿔가며 서진과 서인을 번갈아 연기했다.
"1인 2역은 촬영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부담도 커요. 제가 한쪽 인물로 이 톤의 대사를 하면 상대 인물은 어떤 톤으로 받아야 하는지 미리 계산해야 하잖아요. 제 대사를 받아주는 상대도 결국 저이기 때문에 어려웠죠. 인물 분석 자체는 괜찮았는데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계속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했어요. 장면을 완전히 나눠 찍는 방식도 아니어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같은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고요. 서진과 서인이 대면하는 장면은 감정적으로도 중요한 신이라 특히 힘들었어요."

대사가 빽빽한 작품이 아니라는 점은 처음에는 부담을 덜어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진은 영화 내내 긴장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이다. 신민아 역시 촬영 기간 내내 스트레스 상황에 자신을 밀어 넣어야 했다. 초반 암실에서 탈출하는 장면에서는 몸에 지나치게 힘을 준 탓에 목에 담이 올 정도였다. 눈을 가린 채 야외에서 폭우를 맞는 촬영도 육체적으로 고됐다.
"대사가 많은 영화나 드라마도 있으니까 그런 점에서는 조금 수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속 긴장한 상태로 있어야 하고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되다 보니 훨씬 힘들더라고요. 호흡도 많았고요. 초반에 암실에서 도망치는 장면을 촬영할 때 너무 긴장해서 목에 담이 왔어요. 초반 촬영이라 저도 모르게 힘을 너무 많이 줬던 것 같아요. 눈을 가리고 밖에서 비를 맞았던 촬영도 신체적으로 쉽지 않았어요."
영화의 제목처럼 '눈동자'에서 가장 중요한 연기 도구는 눈이다. 완전히 시력을 잃은 서인과 시야가 점차 흐려지는 서진은 눈동자의 초점부터 달라야 했다. 신민아는 손가락을 눈앞에 둔 채 초점을 의도적으로 어긋나게 만드는 연습을 반복했다.
"감독님이 앞이 보이지 않으면 두 눈의 초점이 정확히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서인의 초점이 어느 정도 어긋나 있어야 할지 강도를 함께 정했고, 손가락을 눈앞에 두고 초점을 흐리는 연습을 했어요. 의도적으로 눈동자의 위치를 바꾸고 그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두통도 생기더라고요. 서진은 시력이 한 번에 사라지는 인물이 아니라 점차 잃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단계마다 다르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염지호 감독은 '눈동자'를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정의했다. 신민아가 바라본 작품의 또 다른 중심은 집착이다. 서진이 동생의 죽음에 매달리는 마음, 현민(이승룡)이 서진에게 보이는 감정, 도혁(김남희)과 어머니 사이의 뒤틀린 관계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상대를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집착으로 봤다.
"저는 '눈동자'가 집착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서진이 자기 일이나 동생과 관련된 것에 매달리는 모습도 어떤 집착에서 오는 형태일 수 있고, 도혁과 도혁의 어머니 관계도 그렇고, 현민이 서진에게 보인 감정도 마찬가지예요. 진실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서진의 마음 역시 집착이라고 볼 수 있고요. 결국 사랑이 잘못된 방향으로 변질된 여러 형태를 보여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눈동자'는 약 3개월 동안 고도의 집중력 속에서 촬영됐다.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장면이 많았고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현장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엄숙해졌다. 무엇보다 신민아에게는 앙상블 일부가 아닌 작품 전체를 끌고 가야 한다는 책임이 있었다. 그는 완성된 영화를 본 뒤에도 자신의 연기가 긴장감을 놓친 순간은 없는지 되짚느라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촬영이 많았고 모두가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해서 찍어야 했기 때문에 현장도 엄숙한 편이었어요. 다 같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3개월 정도 촬영했죠. 원톱 주연의 영화라는 부담감은 지금까지도 있어요. 제가 끌고 가야 하니까 한순간이라도 놓치면 영화의 긴장감이 떨어질 것 같았거든요. 요즘 멀티캐스트 작품이 많은데 이렇게 한 인물을 중심으로 가는 작품을 하게 됐다는 점은 감사해요. 그만큼 책임감은 1,000%였고 어느 순간도 놓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신민아가 관객들에게 강조한 '눈동자'의 매력은 고전적인 스릴러의 쾌감이다. 제한된 시야가 주는 공포,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 인물을 끝까지 몰아붙이는 압박감 등 장르의 기본 요소를 충실히 쌓았다. 오랫동안 스릴러를 즐겨온 관객에게는 익숙한 장르적 만족을, 정통 스릴러가 낯선 관객에게는 새로운 체험을 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눈동자'는 클래식한 스릴러의 길을 잘 따라가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예전부터 스릴러를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정통적인 매력으로 다가갈 것 같고, 이런 장르가 낯선 분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력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오는 공포와 점점 조여오는 압박감,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의 재미까지 스릴러의 장점이 모두 들어 있어요. 올여름 관객들이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스릴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