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말 들으면 안돼?"

[기자수첩]"정부말 들으면 안돼?"

송복규 기자
2005.10.20 12:12

며칠 전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식당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대화가 자연스럽게 들렸다.

"열이면 네다섯 집은 발코니 확장하고 사는데 법 지키겠다고 참고 산 사람들만 바보가 된 셈이잖아." "발코니 확장했다가 걸려서 벌금 물고 원래대로 고친 사람들은 어떻구요."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서는 정부말들으면 안돼."

정부가 내년부터 아파트 발코니 확장을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아파트 소유자들이 발코니를 거실 등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건설업계는 물론 아파트 거주자들도 대부분 이 같은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멀쩡한 마감재를 뜯어내고 재시공할 필요가 없으니 자원 및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고 이웃집과 지자체 눈치를 보며 몰래 개조하지 않아도 되니 심리적 부담도 덜게 됐다.

이번 결정은 불법으로 발코니를 개조한 잠재적 범법자(약 200만가구)를 양성화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발코니 확장으로 실내공간이 넓어짐에 따라 중대형아파트 부족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또한번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전문제 들어 절대 허용할 수 없다던 입장을 하루 아침에 바꿨으니 말이다. 불법 구조 변경 사실이 적발돼 벌금을 물었던 사람들의 반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엎지러진 물'. 앞으로 발생할 사안에 대비해 면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예상대로 92년 6월 이후 주택은 발코니를 개조해도 안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지, 확장 후에도 화재상고 등 위급 상황시 대피 통로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또 정부 기준에서 벗어나 내력 벽을 허물고 건축사의 확인과정 없이 개조하거나, 발코니 확장을 빌미로 분양가를 턱없이 올리는 일이 없도록 관리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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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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