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작년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자마자 문닫고 폐업에 들어간 업소가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최근 토지시장을 취재하기 위해 대구 부산 등 영남지역을 갔다가 만난 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얘기다. 그는 정부가 혁신도시 등 온통 개발 호재로 집 값을 들쑤셔 놓고 이제는 집 값 잡겠다며 내놓은 정책에 대뜸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남권 부동산 취재 중에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 손님은 없고 이웃 사람들과 잡담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본업은 내버려두고 5·31 지방선거용으로 사무실을 활용하는 곳도 눈에 띄었다.
부산 강서구에 있는 한 중개업소는 5·31 지방선거 후보의 대형 현수막을 사무실 밖에 붙여 놓았다. 안으로 들어가서 주변 시세와 거래동향 등을 물었더니 사무실에 있던 사람은 “전 직원이 아니라서 잘 모르고요, 사장님이 유세 나가셔서 사무실을 봐드리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대구에서 선거용 사무실을 직접 보진 못했으나 일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혁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지인 대구 동구에는 10여개의 중개업소가 늘어서 있었다. 이 곳에 있는 한 중개업소 사장에게 “요즘 거래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거래는 무슨…”이라며 말끝을 흐리며 책상 위에 수북히 쌓이 먼지만 훔쳐내고 있었다.
경북에 혁신도시가 들어설 김천 부동산시장의 상황은 더 나빠질 게 없어보였다. 지난해 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중개업소들이 줄줄이 폐업한 때문.
김천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서울 강남 잡으려는 정책을 지방에도 적용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남지역을 취재하면서 강남집값, 수도권 땅값 잡으려는 정책이 애꿎게 지방만 더 어렵게 한 것은 아닌지 씁쓸함을 안고 돌아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