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나온 주공, 표정관리하는 토공

입나온 주공, 표정관리하는 토공

김정태 기자
2007.02.12 16:12

'임대주택사업' 두고 밥그릇 싸움…조율못한 정부 책임 커

'비축용 임대주택사업'을 둘러싸고 양대 건설 공기업인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해묵은 영역싸움 갈등이 또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

주공이 정부의 '비축용 임대주택'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는 내부보고서를 작성하게 된 배경도 토공의 주택사업진출을 저지하기 위한 로비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토공과 주공은 이전에도 고유 업무영역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갈등이 반복돼 업계 안팎으로부터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들 공기업의 갈등이 반복되는데는 공기업의 고유업무기능을 조율하지 못하고 경쟁체제로 만든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입 나온 주공= 한행수 전 사장의 갑작스런 중도사퇴로 어수선했던 주공은 1.31대책 발표 이후 내부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1.31대책의 핵심과제인 중산층을 위한 비축용 임대주택 건설을 주택건설기능이 없는 토공에게 맡겨졌다는 사실에 주공이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번 갈등의 발단도 비축용 임대주택사업에 토공을 참여시킬수 있도록 한 1.31대책에서 비롯됐다. 비록 '비축용 임대주택사업'으로 제한되긴 했지만 연기금 등이 투자하는 91조원의 펀드와 연간 5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돼 10년간 50만가구를 짓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주공 내부에서는 이 같은 사업주도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팽배해 있다.

이번 내부보고서 파문도 이같은 위기의식에서 작성됐으며 실제로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건설교통위 소속 국회의원에 로비활동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공노조도 조합원들에게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장외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일단 표정관리하는 토공= 토공은 주공의 '공격'에 대해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자칫 논란에 휘말리면 '밥그릇싸움'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대로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하는 것이 토공의 입장이다.

하지만 토공 내부적으로 주공의 '돌출행동'에 대해 어이없어 하는 분위기다.

토공관계자는 "주공이 토공의 고유업무인 택지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반대하거나 로비를 벌이지는 않았다"며 "토공이 주택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안된다는 논리는 전형적인 '밥그릇 챙기기'라고 반박했다.

다만 토공이 정작 우려하는 것은 주공이 '밥그릇싸움'비난에도 불구하고 이슈화한데는 통합문제로 끌고 가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합문제로 비화될 경우 토공입장에서는 이로울 게 없다는 것이다. 주공은 이미 택지개발사업을 할수 있는 권한이 있는 상태인데다 인력구조 측면에서 흡수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공공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이 확대되자 여야의원들이 '대한토지주택공사'로 통합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정부 공기업 갈등 책임 커= 그러나 이같은 두 공기업의 갈등은 정부 스스로가 초래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참여정부의 공공부문 역할 강화로 이들 두 기관이 문어발식으로 경쟁할수 있도록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또 공기업의 역할 비중을 높이면서 제대로 조율을 하지 못하고 갈등을 키우도록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관계자는 "공기업의 특성은 설립목적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목적이 다한 공기업은 해체시키는 것이 마땅한데 참여정부는 공공부문의 역할을 내세워 공기업을 공룡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이번 건도 시장의 기능을 무시한 공기업의 공룡화가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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