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셋값 안정세, 현장은 없고 숫자만

[기자수첩]전셋값 안정세, 현장은 없고 숫자만

원정호 기자
2008.02.27 15:34

"전세 계약기간이 만료돼 주변 시세를 알아보니 작년말에 비해 10% 이상 뛰었어요. 아이는 커 가는데 돈을 더 주고 동일한 평형으로 이사가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7살 아이를 둔 서울 노원 역세권의 한 세입자는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한숨을 쉬었다. 짝수해인 올해 신혼부부와 학군 수요, 재개발(뉴타운)·재건축 이주 수요가 움직이며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소형 전셋값이 상승하고 물건이 동나자 전세 대신 매매 수요로 돌아서는 이도 적잖다. 때문에 매매값 오름세도 심상찮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소형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올해는 서울, 수도권의 뉴타운 사업의 이주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전셋값이 매매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새 정부가 양도세, 종부세 등 규제 완화에 뜸을 들이면서 소형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며 "전셋값 오름세를 예의주시하면서 뉴타운 이주시기를 분산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택 담당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건교부는 올해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이 지난해보다 46% 증가하는 점을 들어 전세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주 물량이 집중되면 전세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문제는 부동산시장이 심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데 있다. 국지적 전세난 불길이 얼마나 금세 부동산 광풍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2006년 가을 경험한 바 있다.

때문에 맥을 제대로 짚어 불길이 확산되기 전에 잡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현장을 잘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이후 줄곧 현장 중심의 실용주의를 강조해왔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주거복지정책 역시 숫자보다는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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