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증권사들의 실적만능주의가 불러온 사건 아닐까요."
사상 최대 규모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록된 루보 사태가 사상 최대 규모의 증권사 징계로 이어진데 대해 증권사 직원들이 가장많이 보인 반응들이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위원회는 루보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 직원 36명을 무더기로 징계했다. 일부 증권사는 해당 지점이 1개월 영업정지를 당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해당 증권사는 물론 다른 증권사까지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예상보다 징계 수위가 강하다는 생각이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꺼려하고 있다.
잊혀져 가는 사건이 이번 징계로 다시 거론되면서 증권사 내부 규제시스템의 부실 등 제반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에 징계를 당한 모 증권사는 최근 내부통제 부실에 발목잡혀 장외파생상품 영업권 취득에 실패했다.
그러나 정작 증권사 직원들은 사건배경의 화살을 실적만능주의로 돌린다. 루보 정도의 작전이면 내부 통제시스템에서 이상징후가 초기에 발견될텐데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이런 초기 징후들을 무시하게 된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직원은 "루보 사건이 터지기 몇달전만 하더라도 (주가조작) 사건이 수천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라며 "당장 약정이 올라가는데 사소한 이상 징후를 이유로 해당 계좌를 바로 퇴출시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사가 들어오는 등 사회문제화 되지만 않는다면 구태여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손님(?)을 쫓아낼 필요가 있겠냐는 말이다. 결국 실적에 대한 압박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몰고와 생긴 일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실적을 위해 희생한 도덕성은 해당 증권사와 직원들에게 더 큰 손실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당장 이번에 제재를 당한 증권사들은 1달간의 영업정지란 물리적 피해보다 더 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