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각 부처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선공약사항이었던 예산 10% 절감방안을 빼놓지 않고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우리 정부가 혹시 예산을 과다하게 책정해 놓고 낭비하지는 않았냐'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을 정도다. 세금을 열심히 내고 있는 국민들로서는 오랜만에 위로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들도 포함돼 있어 세부정책 추진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최저가낙찰제 적용대상을 현행 300억원 이상에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있다. 최저가낙찰제는 이미 선진국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서의 역할과 의미를 상실, 퇴색된 제도다.
최저가낙찰제는 입찰시점에서 보면 예산절감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총 생애주기(설계→유지관리)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예산이 낭비돼 국가예산뿐 아니라 건설산업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지난 2001년 최저가낙찰제 도입 당시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런 문제점 등을 이유로 대신 품질을 우선하고 가격을 심사하는 '최고가치(Best Value) 낙찰제'로 전환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최저가낙찰제 위주의 조달제도에선 투자효율성(Value for money) 획득이 어렵고, 건설업계와 정부 발주기관간의 적대적 관계로 인해 저조한 성과가 초래됐다는 영국 감사원(National Audit Office)의 지적에 따라 2000년대부터 완전 폐지했다.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는 사례다.
만일 최저가낙찰제를 지역 중소업체의 많은 수가 참여하고 있는 100억원 이상 공사로까지 확대할 경우 저가입찰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건설업체들의 적자 누적에 따른 경영악화로 도산기업이 속출할 것이다.
저가수주는 덤핑금액을 자재업체 등 하도급업자에게 전가, 연관산업까지 영향을 미치고 저임금 고용, 무리한 공기단축으로 인해 산재의 급증과 부실시공의 우려도 그만큼 높아지게 될 것이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300억원 이상 최저가낙찰제 공사 입찰에 참가한 평균업체수는 43.5개사로 나타났다. 만약 이를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평균 200~300개사 이상 참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주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그로 인한 덤핑문제도 더욱 심화될 우려가 높다.
현재 대형업체는 공공공사 의존비중이 22.4%인 반면, 지역 중소건설업체는 44.5%로 2배이상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최저가 확대는 지역중소업체들의 적자누적에 따른 경영악화로 도산기업의 속출을 야기하고 고용감소로 인한 실업율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독자들의 PICK!
이는 지역경제에서 건설업의존도가 8~10%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업의 침체는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며 새 정부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정부는 최저가낙찰제 확대와 동시에 덤핑 입찰방지를 위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으나, 정부의 예산절감이란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예산절감은 철저한 기초조사에 의한 설계변경요인 제거, 과다설계시정, 시공방법개선 등과 장기계속공사 계약제도의 개선만 제대로 하더라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건설정책이 최고가치낙찰제를 향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할망정 저가입찰시스템의 굴레로 뒷걸음질쳐서는 안 될 일이다. 정부가 예산절감을 이유로 최저가낙찰제를 확대해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확대 계획을 철회하길 바란다.